다시 뜬 도시, 부산의 여름
강원은 주춤, 제주엔 회복의 바람
휴양에서 체험으로, 여행의 무게가 옮겨지다
낮에는 짙푸른 바다와 모래가 눈을 사로잡고, 밤에는 불빛이 물결 위에 스며든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로 붐비지만, 그 활기가 오히려 여행의 맛이 된다.
골목마다 다른 향의 음식이 피어오르고, 도심 속에 자리한 시장은 여전히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해운대의 해변에서부터 감천문화마을의 언덕길까지, 부산의 여름은 멈추지 않는 에너지로 움직인다.
2025년 여름, 수많은 이들이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바다 때문이 아니었다.
도시의 편리함과 해변의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그 독특한 ‘온도’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사람들은 다시 부산을 떠올렸다.
부산, 2025년 여름휴가 만족도 1위
여행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10월 21일 발표한 ‘연례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 결과, 부산은 올해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종합만족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강원에 내줬던 자리를 다시 되찾으며, 대한민국 여름 여행의 중심으로 복귀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1박 이상 국내 여행을 다녀온 성인 1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가 항목에는 종합만족도와 추천 의향, 관광지의 매력도, 쾌적도 등이 포함됐다.
부산은 전 부문에서 고른 평가를 받았다. ‘볼거리·놀거리·먹거리·쉴거리·살거리’ 등 5가지 매력 요소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접근성이 좋고, 해변과 도심이 가까운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종합만족도 1위를 기록한 부산은 지속적으로 ‘가장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원은 하락, 제주는 회복의 조짐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위에서 올해 2위로 내려왔다. 자연 중심의 여행지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교통 체증과 폭염으로 인한 불편, 관광지 혼잡 등으로 쾌적도 평가가 떨어졌다.
‘휴양’의 상징이던 강원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한여름 피서지로서의 여건은 다소 부담스러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는 2년 연속 부진을 털어내고 3위로 반등했다. 7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오다 고물가 논란으로 하락했지만, 자연과 볼거리 부문에서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다만 물가와 상도 문제는 여전히 여행객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됐다. 한편 제주는 ‘휴식과 감상’ 중심의 콘텐츠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다양한 여행층의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다.
전북·대전 약진…여행의 기준이 바뀐다

올해 순위에서 눈에 띄는 지역은 전북과 대전이다. 전북은 ‘쉴거리·살거리’ 평가가 상승하며 전년 대비 3계단 오른 5위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미식 여행지라는 인식에 청결하고 편안한 여행 환경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전은 그간 하위권에 머물던 도시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물가 안정성과 친절한 상도, 도심형 관광 콘텐츠가 어우러지며 ‘합리적이고 깔끔한 여행지’라는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다.
휴식에서 체험으로, 여행의 흐름이 달라지다

이번 조사에서는 여행의 형태 자체가 변하고 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식도락과 전시 관람, 문화 체험 등 도시형 활동이 증가한 반면, 자연 감상이나 단순 휴식형 여행은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도 ‘짧지만 알찬 여행’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1박 이상 여행을 다녀온 비율은 66.9%로, 2022년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길게 머무는 대신, 교통이 편리하고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자연 중심의 여행이 주류였던 시대에서, 도시의 체험과 일상적 즐거움을 찾는 여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25년 여름, 사람들은 여전히 바다를 찾았지만 그 바다는 더 이상 휴식의 공간만은 아니었다.
부산이 보여준 도심형 여행의 성공은 한국 여름휴가의 기준이 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