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물드는 순천의 가을
계절 따라 색이 바뀌는 정원
하루 머물러도 아쉬운 곳

가을이 깊어질수록 바람의 결이 부드러워진다. 나뭇잎은 천천히 색을 바꾸고, 들꽃은 마지막 향기를 남기듯 피어난다.
그 계절의 끝자락에 서면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연의 호흡에 귀 기울이게 된다. 남도의 따뜻한 햇살 아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정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 순천만의 품

순천만국가정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국가정원으로,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약 112만㎡에 달하는 부지에는 500여 종의 나무와 100여 종이 넘는 꽃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봄이면 튤립과 철쭉이 물결치고, 여름엔 녹음이 짙어지며,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린다.
가을 정원의 중심에는 자연 그대로의 생태를 살린 산책길이 이어진다. 시는 주요 동선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심어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들었다.

덕분에 계절의 온도에 맞춰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정원 내부에서는 순천문학관까지 이어지는 소형 무인궤도 열차가 운행되어 이동의 즐거움을 더한다.
정원을 다 둘러본 뒤엔 순천만습지까지 이어지는 스카이큐브를 타보는 것도 좋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갈대밭과 물길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가을 햇살이 은빛으로 부서지는 저녁 무렵에는 정원과 습지를 잇는 풍경이 더욱 운치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정원

“계절마다 꼭 들러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순천만국가정원은 사계절 내내 변화를 품은 장소다.
겨울의 고요한 풍경부터 봄의 생동감, 여름의 청량함, 가을의 따스한 빛까지 매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한 여행객은 “매 계절마다 새롭게 꾸며져 다시 찾아가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일부 구간의 공사를 마쳐 새로운 전시정원도 문을 열었다.
정원 앞 오천그린광장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지만, 혼자 걸어도 여유롭고 조용하다.

정원 곳곳에는 의자와 쉼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실내 테마 공간에는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어떤 계절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순천만국가정원은 무장애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도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실제로 장애인 동행 관람객들이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편안히 다녀올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곳곳에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휠체어 대여도 가능하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순천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누구에게나 열린 정원’임을 보여준다.
자연과 함께 머무는 하루, 순천의 가을을 걷다

순천만국가정원은 하루 종일 머물러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정원 속 테마별 구역을 천천히 걸으며 다양한 나라의 정원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식물원의 향기와 예술 정원의 조형미가 어우러진다.
생태설명회나 디지털 인형극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저녁이 되면 정원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불빛이 켜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국화정원 주변의 은은한 조명이 가을밤의 정취를 더한다.

낮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밤에는 잔잔한 빛이 흐르는 정원. 그 안에서 사람들은 계절의 소리와 색을 온전히 느낀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단순한 식물 전시 공간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그리고 시간이 머무는 장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가면 늘 다른 감동을 준다.
바람이 머무는 정원, 그 중심에 순천이 있다. 올가을, 자연이 빚은 가장 온화한 풍경이 그곳에서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