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머문 숲의 쉼터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길
입장료 없는 특별한 가을 여행

바람이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도심의 분주한 공기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 속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난다.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며 바람에 흔들린다. 길가에는 흙 내음이 은은히 퍼지고, 솔향기가 그 사이를 스친다.
그렇게 바람이 바뀌는 계절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숲을 찾는다. 조용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이 차분히 가라앉고, 마음 한켠이 여유로워진다.
자연의 시간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흘러가며, 그 속에서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피로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자연과 사람을 잇는 율곡수목원의 탄생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장승배기로 392, 이곳에는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율곡수목원’이 자리한다.
1960년대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울창하게 조성된 시유림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조성 계획이 추진되어 2021년 6월 정식 개원한 곳이다.
현재는 파주시를 대표하는 산림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휴식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수목원에는 21개의 주제정원이 마련되어 있으며, 시민들이 기증한 나무 70그루를 비롯해 1,300여 종의 식물이 자라난다.

나무와 초본류를 합하면 약 30만 본에 이르는 규모로, 계절마다 다른 빛깔의 풍경이 피어난다.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돋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숲을 채우며, 가을이면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져 수목원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파평산과 감악산, 그리고 북쪽으로 흐르는 임진강이 둘러싼 자연환경은 수목원의 풍경을 한층 깊게 만든다.
전망대에 오르면 이 세 가지가 한눈에 펼쳐져, 마치 자연이 만든 거대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걷고 배우는 산림치유의 공간

율곡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유아를 위한 ‘유아숲체험’은 놀이를 통해 자연과 친숙해지는 시간이 되고, 성인을 위한 ‘산림치유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리는 힐링의 장이 된다.
산림치유프로그램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가족숲’은 가족 단위로 숲길을 걸으며 활력걷기, 명상, 오감 체험을 통해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치유숲’은 직장인과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으며, 숲길산책과 호흡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엄마활력숲’은 일상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숲 체조와 ‘믿음걷기’, ‘숲소리 듣기’를 통해 심신의 여유를 찾는다.
‘실버숲’은 6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실버체조와 산림욕, 나무와의 교감을 통해 활력을 되찾는다.
마지막으로 ‘노르딕워킹’은 모든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으며, 올바른 자세와 호흡으로 건강한 걷기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되며, 하루 두 차례 2시간 내외로 진행된다.
수목원 운영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상시 프로그램으로는 ‘30분 치유테라피’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어 가벼운 방문객에게도 적합하다.
임진강을 품은 5km의 둘레길

율곡수목원을 천천히 감싸며 이어지는 5km 길이의 둘레길은 사계절 어느 때나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에 가장 빛난다.
솔향기길, 문바위, 그리고 임진강 전망대를 잇는 이 길은 오르내림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솔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임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감악산과 파평산의 능선이 겹겹이 이어진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와 은빛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숲의 소리가 들리고, 나무 사이를 흐르는 공기의 온기가 전해진다.
무료로 즐기는 도심 속 힐링 여행

율곡수목원은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주차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차량 이동도 편리하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이 덕분에 주말 나들이뿐 아니라 평일에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쉼터로 인기가 높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는 접근성이 좋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또한 주변에는 율곡 이이 선생과 황희 정승의 유적지가 가까워, 하루 일정으로 문화유산 탐방과 자연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가을의 끝자락, 율곡수목원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따스하다. 자연의 품 안에서 몸을 맡기면,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