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절정의 순간”… 인제 내설악 ‘백담사’, 강원 가을여행의 끝판왕

내설악의 깊은 품속 백담사
단풍과 물소리가 머무는 산사
마음을 씻는 강원 인제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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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산기운이 차오르는 가을, 들길마다 단풍잎이 물들며 계곡의 물소리가 길손의 발걸음을 이끈다. 바람은 차갑지만 그 속엔 묘한 따뜻함이 있다.

도심의 소란을 잠시 뒤로하고 산의 품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진다. 고요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끝에 세월의 숨결이 고스란히 머문 사찰이 나타난다.

그곳이 바로, 맑은 물과 단풍이 어우러진 내설악의 품속에서 오랜 세월 고요를 지켜온 산사, 백담사다.

내설악의 품 안에 자리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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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백담사는 강원 인제군 내설악 깊숙이 자리한 고찰로, 백담계곡 위에 세워져 있다.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의 맑은 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에 터를 잡았으며, 신라 진덕여왕 원년인 647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당시에는 ‘한계사’로 불렸으나, 대청봉에서 절까지 백 개의 못이 이어져 있다는 설화에 따라 ‘백담사’라 이름을 바꾸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의 화재와 재건을 겪으며 오늘날의 모습은 1957년에 완성되었다. 이곳은 외설악보다 훨씬 조용하고, 사람의 손이 덜 닿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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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봉정암과 오세암 등 여러 암자를 거느리며 내설악의 대표 사찰로 자리하고 있다.

경내에는 극락보전과 나한전, 산령각 등 주요 전각을 비롯해, 만해 한용운 선사의 사상을 기리는 만해기념관과 교육관이 함께 들어서 있다.

또한 일주문, 금강문, 불이문, 만복전 등 24개의 건물이 고요한 산세 속에 조화를 이루며, 한국 불교 건축의 품격을 보여준다.

절 앞 계곡 한편에는 세월의 손끝이 빚은 듯한 돌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수많은 이들이 소망을 담아 하나하나 돌을 쌓아 올렸고, 그 탑들은 이제 백담사를 상징하는 풍경이 되었다.

단풍길 따라 오르는 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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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단연 가을이 가장 빛난다.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나무와 노란 은행잎이 계곡을 따라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투명한 물줄기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은 좁지만,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어느새 마음의 풍경이 된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지고,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든다.

천천히 오르다 보면 일상의 소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대신 바람의 결과 낙엽의 부드러운 소리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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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백담사로 향하는 길목마다 돌탑이 보이는데, 그 모습은 마치 지난 세월 동안 이곳을 찾은 이들의 염원을 품고 있는 듯하다.

이슬비 내리는 날엔 안개가 계곡 사이로 피어올라 산 전체를 감싸며, 맑은 날엔 산새의 울음소리가 계곡물과 어우러져 자연의 합주를 이룬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셔틀버스 대신 걸어서 오르는 것도 좋다. 완만한 경사와 계곡길이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걷는 그 자체가 한 편의 사색이 된다.

누구에게나 열린 힐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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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백담사는 연중무휴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찰이다. 입장료가 없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으며, 산 속 깊은 곳임에도 접근성이 좋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산책을 즐기기에 알맞은 길이 이어지고, 곳곳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가을이면 절 앞마당에 떨어진 은행잎이 노랗게 수북이 쌓이고, 붉은 단풍잎이 그 위에 내려앉아 황금빛 융단처럼 펼쳐진다.

사찰을 감싸는 숲은 고요하고, 그 속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마음까지 맑아진다. 사진 한 장 찍지 않아도 기억에 오래 남는 풍경, 그것이 바로 백담사가 가진 힘이다.

자연과 마음이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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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인제 내설악 백담사 금강문)

백담사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명소가 아니라, 마음으로 머무는 공간이다. 만해 한용운 선사가 사색을 이어갔던 이 산사에는 여전히 그의 침묵이 깃들어 있다.

화려한 장식이나 요란한 행사는 없지만, 그 대신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낸 고요함이 있다. 계곡을 따라 부는 바람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어우러져,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가을빛이 깊어가는 지금, 내설악의 품속에서 만나는 백담사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 폭의 풍경이다.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눈을 감으면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는 듯하다. 강원 인제의 이 작은 산사에서, 진정한 쉼과 고요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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