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여주에 내리는 오곡의 향연
조선의 나루에서 피어나는 풍요의 축제
서울 근교 가을 나들이의 정점

남한강 물결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이면, 예부터 곡식이 드나들던 나루터가 조용히 깨어난다. 바람에 실려 오는 고소한 냄새는 햅쌀과 고구마가 익어가는 가을의 신호다.
사람들은 그 향기에 이끌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강가에는 다시 북소리와 함성이 울린다.
오랜 세월을 건너온 전통의 숨결이 오늘의 여주에서 되살아나는 시간, 바로 ‘여주오곡나루축제’의 계절이 다가왔다.
조선의 나루터, 가을을 맞이하다
2025 여주오곡나루축제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간 여주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조선시대 4대 나루터 중 하나로 꼽히던 조포나루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여주의 대표 농특산물을 알리는 전통문화축제다.
이 축제는 임금께 진상하던 쌀과 고구마의 고장을 배경으로, ‘풍요’와 ‘나눔’을 주제로 꾸며진다.

현장을 찾으면 조선시대 진상 행렬을 재현한 퍼레이드가 눈길을 끌고, 대형 가마솥에서 지은 여주 햅쌀 비빔밥이 커다란 솥 안에서 한데 비벼지는 장면이 장관을 이룬다.
가을 햇살 아래 군고구마 냄새가 퍼지는 ‘군고구마 기네스’ 코너에서는 초대형 통 10개에서 구운 고구마를 함께 나누며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다.
남한강을 따라 조성된 출렁다리 ‘소원지길’에서는 소원을 적어 매다는 풍경이 이어지고, 밤이 내리면 불꽃이 흩날리는 ‘본두리 낙화놀이’가 하늘을 수놓는다.
오감으로 즐기는 전통의 마당

축제장은 세 공간으로 나뉜다. ‘오곡마당’에서는 여주쌀 홍보관과 오곡장터가 열려 지역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조선놀이터와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나루마당’에서는 군고구마 기네스, 나루터 저잣거리, 짚풀놀이터, 별빛 곡창길 등 다채로운 체험이 이어진다.
해가 저물면 남한강 위에 펼쳐지는 미디어 라이팅쇼와 플라잉 퍼포먼스가 화려한 야간 분위기를 더한다.

또한 ‘잔치마당’에서는 전통주 품평회와 떡메치기 체험, 도자 물레 체험 등 여주의 공예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올해 역시 ‘진상 퍼레이드’가 하이라이트다. 조선의 복식을 입은 행렬이 조포나루를 따라 걷고, 임금에게 진상하던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지역 주민들은 “한양으로 곡식을 실어 나르던 옛 정취가 다시 살아난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공연의 향연

축제 기간 내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이 이어진다. 낮에는 국악 협연, 풍물놀이, 가야금병창 등이 무대에 오르고, 오후에는 대형 인형 퍼포먼스와 전통 사자춤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저녁이 되면 국악관현악과 뮤지컬 갈라쇼, 퓨전국악 공연이 이어지며, 날마다 다른 주제공연이 마련된다.
첫째 날은 ‘여강별곡’, 둘째 날은 ‘오곡낙화’, 마지막 날은 ‘여주동락’이라는 주제로 여주의 역사와 가을 정취를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이 밖에도 정월대보름 풍년제를 재현한 ‘쌍용거 줄다리기’, 전통주 빚기 시연, 남사당 줄타기 등 각종 전통놀이가 축제의 흥을 더한다.
관람객들은 직접 줄을 잡거나 술 빚기에 참여하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몸으로 즐기는 전통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 근교에서 만나는 무료 가을축제

여주오곡나루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무료 입장’이다. 입장료 부담 없이 공연, 체험, 시식까지 즐길 수 있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말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리는 만큼, 축제와 함께 고즈넉한 사찰 풍경을 감상하거나 남한강변 산책을 겸하기에도 좋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여주시가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가을 잔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깊어가는 10월의 끝자락, 남한강변에 울려 퍼지는 장구 소리와 함께 조선의 나루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풍요로운 여주의 가을이 오곡의 향기와 함께 반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