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판 위의 하얀 성지 당진 ‘신리성지’”… 가을 산책 명소로 떠오른 이유

가을 햇살 머무는 신리성지
당진 들녘 위의 고요한 시간
순교의 기억이 깃든 평야의 성지
당진
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당진 신리성지)

가을의 공기가 차분히 내려앉는 당진 평야 한가운데, 들판 끝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한곳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건물은 작고 단정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안의 역사와 신앙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곳에서는 바람조차 경건히 흐른다.

초록이 누렇게 변해가는 논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걸음을 멈추면 들판의 숨결 속에 오래된 이야기가 잔잔히 깃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천천히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신리성지다.

순교의 흔적이 남은 땅, 신리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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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당진 신리성지)

신리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뿌리가 깊이 스민 대표적인 성지다. 조선 후기, 천주교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신부와 신자들이 순교한 장소로, 신앙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다블뤼 주교가 몸을 숨겼던 은거처를 비롯해 성인들의 경당, 순교자기념관과 순교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단정한 건물 사이로 걸음을 옮기면, 신앙과 희생, 그리고 평화를 향한 염원이 함께 숨 쉬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다.

당시 신리 마을은 천주교 교리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던 곳 중 하나로, 이후 조선 전역에 교리를 전파하는 중심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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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당진 신리성지)

오늘날의 신리성지는 그 역사를 차분히 품은 채,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푸른 잔디 위로 하얀 건물이 우뚝 서 있고, 보는 순간 마음이 맑아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종교가 없어도 조용히 산책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라며 신리성지의 평온함을 강조했다. 신앙의 유무를 넘어,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마음의 쉼표를 발견한다.

들판이 품은 평화, 걷기 좋은 성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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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당진 신리성지, 저작권자명 당진시 소셜미디어 서포터즈 이병헌)

신리성지는 당진시 합덕읍 평야6로 135, 넓은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다. 이름 그대로 ‘평야의 성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초여름에는 벼가 자라 초록빛 물결이 일고, 가을이 되면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다. 한 바퀴 도는 데 30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는 풍경 덕분에 발걸음은 저절로 느려진다.

순교자기념관에서는 당시의 기록과 유물을 통해 신리성지가 지닌 신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밖으로 나오면 잔디밭 위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하늘은 한층 높아 보인다.

카페에 들러 들판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일상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해진다. 특히 모내기철에는 초록의 물결이, 가을에는 황금빛 평야가 장관을 이룬다.

주차장은 여유롭게 마련되어 있고, 성지는 상시 개방되어 있다. 사계절 언제든 찾아와 조용히 산책하기에 좋다.

내포 평야가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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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당진 신리성지, 저작권자명 당진시 소셜미디어 서포터즈 이병헌)

신리성지가 자리한 지역은 오래전부터 ‘내포(內浦)’라 불렸다. ‘안쪽의 바닷가’를 뜻하는 이 말은 바다가 육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지형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이 일대는 서해의 바닷물이 수로를 타고 들어오며 형성된 넓은 습지와 논으로, 충청도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였다.

조선 시대, 내포 지역은 간척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진 곳으로 손꼽혔다. 평탄한 지형과 발달된 수로 덕분에 교류가 쉬워 새로운 사상과 종교가 빠르게 퍼질 수 있었다.

바로 그 덕분에 천주교 역시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성장했다. 당시 신리 마을은 홍주 관할에 속한 ‘월경지’로, 행정구역상 떨어져 있었지만 교류가 활발한 중심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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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당진 신리성지, 저작권자명 당진시 소셜미디어 서포터즈 이병헌)

오늘날 신리성지는 내포 평야의 한가운데서 그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들판 위를 스치는 바람과 함께 걷다 보면, 그 오랜 세월을 지나 이어져온 신앙의 숨결이 천천히 다가온다.

신리성지는 신앙의 성지이자, 평화로운 산책지로서의 매력을 함께 지닌다. 들판을 따라 걷는 동안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가을 햇살이 머무는 이 계절, 당진을 찾는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신리성지의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보길 권한다. 오래된 신앙의 공간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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