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가을 단풍 명소 끝판왕”… 장성 백암산 백양사 풍경, 지금 떠나야 하는 이유

가을빛 고요히 머무는 사찰
단풍과 고찰이 어우러진 명산
시간의 색을 품은 백양사와 백암산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쌍계루)

노랗게 물든 들판을 지나면, 붉은 잎들이 산길을 덮은 듯 펼쳐진다. 찬바람 속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 길의 끝에는 오랜 세월을 품은 고찰이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물 위에 드리워지고, 계곡물은 그 모습을 흔들리듯 비춘다. 사람의 발길보다 더 오래 이곳을 지켜온 산과 절이, 지금 가장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다.

그렇게 계절이 깊어질수록 이곳의 풍경은 더욱 단단해지고, 바람 한 줄기에도 색이 번지는 듯한 묘한 울림으로 마음을 붙잡는다.

호남의 명산, 백암산이 품은 비경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백암산은 노령산맥이 남서로 뻗어내리다 호남평야에서 우뚝 솟은 산으로, 내장산 국립공원의 남부 지역에 속한다.

높이는 741미터로, 내장산에 견줄 만큼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산 능선에는 백학봉, 상왕봉, 사자봉 등 이름난 봉우리들이 바위의 거친 결을 드러내며 늘어서 있다.

가을이면 백양사를 출발해 약수동계곡을 거쳐 상왕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단풍 산행지로 인기를 얻는다.

나무들이 터널처럼 엮어낸 계곡길을 지나면, 빛이 스며드는 바위 절벽 사이로 붉은 잎이 반짝인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학바위 주변의 단풍은 역광에 물들어 더욱 진한 색을 띤다.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이 산에는 비자나무 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회색 줄무늬 다람쥐가 나무 사이를 누비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산 아래 자리한 백양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8교구 본사로, 오랜 전통을 간직한 사찰이다.

‘백양’이라는 이름은 옛날 환양선사가 설법할 때 흰 양이 그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백암산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교통과 숙박, 식사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화장실, 쉼터 등 편의시설이 정비되어 있어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하다.

천년 고찰 백양사, 단풍에 물들다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백양사는 백제 무왕 시절 창건된 사찰로,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바위를 등지고 맑은 물이 좌우로 흘러내리는 지형 덕분에 경치가 빼어나다.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지만, 특히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절집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이룬다.

사찰 안에는 대웅전과 극락보전, 사천왕문이 있으며 모두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 소요대사부도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백양사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쌍계루는 이 절의 상징과도 같은 누각이다. 앞에는 계곡을 막아 만든 연못이, 뒤로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흰 양이 설법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 사찰은 불교계의 중심적 선도량으로 자리해 왔다. 근현대 불교를 대표한 여러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행하며 종단을 이끌었다.

절 뒤편으로 오르는 산길에는 약사암, 운문암, 천진암 등이 흩어져 있다. 특히 약사암은 백양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명소로, 첩첩한 산세 속에 절의 지붕이 점처럼 찍힌 듯 보인다.

비자나무 약 5천 그루가 자라는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고로쇠나무와 갈참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깊은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주차장에서 절로 오르는 짧은 구간에도 수백 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그 자체로 산책길이 된다.

쌍계루, 물과 산이 빚은 완전한 풍경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쌍계루)

백양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건 쌍계루다. 고려시대 각진국사가 처음 세운 이 누각은 두 계곡이 만나는 자리에 세워져 ‘쌍계루’라 불리게 되었다.

큰비로 무너진 뒤 14세기 후반 다시 지어졌고, 현재의 건물은 1986년에 복원된 것이다.

쌍계루 앞의 연못은 운문암과 천진암 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모여 만들어진 것으로, 그 위에 비친 누각의 모습은 계절마다 다른 색을 띤다.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여름에는 초록의 잎들이 수면을 덮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 위에 흩어져 불빛처럼 반짝인다.

누각 안에는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이 남긴 180여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그들은 이곳의 경치를 찬미하며 시를 남겼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물, 산, 건물이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진 쌍계루는 백양사의 첫인상이자, 이 사찰이 품은 고요함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산과 절이 함께 그려내는 가을의 완성

장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장성 백암산 백양사)

백암산의 능선이 붉게 물들고, 백양사의 지붕 위로 노을빛이 내려앉을 때, 이곳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사라진다.

무료로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결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요함을 준다.

단풍의 절정기인 지금, 백양사와 백암산은 그 어떤 가을보다도 깊고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0
공유

Copyright ⓒ 트립젠드.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