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 태고사 모르면 손해”… 입장료 없이 즐기는 천년 산사 여행

대둔산 자락의 고요한 절
세월을 품은 산사, 태고사
무료로 즐기는 금산의 숨은 명소
금산
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금산 태고사, 저작권자명 태고사)

안개가 걷히는 새벽, 산자락을 타고 고요가 내려앉는다. 묵직한 바위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천년의 이야기를 담은 듯 은근한 울림을 전한다.

이곳에선 시간의 흐름조차 잠시 숨을 고른다. 길게 이어진 산길 끝, 나지막한 종소리가 들려올 때 비로소 그곳의 이름이 떠오른다.

금산의 깊은 품 안에 자리한 태고사, 오래된 산사가 품은 정취가 천천히 마음에 스며든다.

천년의 숨결이 깃든 대둔산의 산사

금산
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금산 태고사, 저작권자명 태고사)

태고사는 충청남도 금산군 진산면 청림동로에 자리한 고찰이다. 대둔산 마천대의 동쪽 능선, 낙조대 아래쪽에 터를 잡고 있으며 해발 660미터의 높이에 자리한다.

주변으로는 웅장한 암벽과 수목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 시대에는 태고화상이, 조선 시대에는 진묵대사가 다시 일으켰다고 전한다.

전란으로 한때 소실되었으나 1974년부터 복원이 진행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금의 태고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삼불전, 지장전, 극락보전, 관음전, 삼성각 등이 단정히 배치되어 있다.

우암 송시열의 자취가 남은 곳

금산
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금산 태고사, 저작권자명 태고사)

이 절은 조선 시대 학자 우암 송시열이 머물며 학문을 닦던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절 입구에는 거대한 암벽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는데, 바위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의 틈이 있다.

이 바위문에 새겨진 ‘석문(石門)’ 두 글자가 바로 송시열의 친필로, 그가 남긴 흔적은 지금도 또렷하다.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극락보전과 관음전이 모습을 드러내고, 고요히 앉은 부처상은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듯한 위엄을 품고 있다.

수행 공간인 선방에서는 지금도 동안거와 하안거가 이어진다. 음력 4월에서 7월, 그리고 10월에서 다음 해 1월까지 스님들이 정진하는 이 시기에는 경내가 더욱 고요해진다.

산행과 함께하는 천천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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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금산 태고사, 저작권자명 태고사)

태고사는 대둔산 낙조대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위치에 있다. 낙조대의 정상은 해발 859미터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금산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절에서 정상까지는 약 200미터의 고도차를 두고 있어 천천히 걸으면 30분 남짓이면 닿는다. 산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들리는 새소리와 솔향기가 자연스레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진산면 의용소방대 근처의 주차장에서 태고사까지는 약 2.6킬로미터 거리다. 경사가 가파른 포장도로라 도보보다는 차량 이동이 편리하지만, 직접 걸어 오르면 대둔산의 풍광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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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금산 태고사, 저작권자명 태고사)

절 입구에는 약 10대 정도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한 여행객은 “산 아래서부터 걸어 올라가면 길은 가파르지만,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이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비나 눈 오는 날엔 길이 미끄럽지만, 잠시 머물며 바라본 금산의 경치가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태고사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산사다.

누구나 찾아갈 수 있는 열린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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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금산 태고사, 저작권자명 태고사)

태고사는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방문이 가능하다. 입장료가 따로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점도 여행객들에게 반가운 요소다.

금산의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태고사 대웅전은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기둥과 지붕에는 옛 장인의 숨결이 배어 있다.

절 마당에 서면 멀리 낙조대가 바라보인다.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드는 하늘과 맞닿은 산 능선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다.

태고사는 화려한 관광지의 흥겨움보다는 조용한 위안이 있는 곳이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잠시 머물러 본다면, 천년을 이어온 산사의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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