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은빛이 춤춘다”…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가을 팜파스그라스 절정

고요한 바다 위 가을 정원
은빛 억새가 물드는 장산도
바람 따라 걷는 흰빛의 길
신안
출처: 연합뉴스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팜파스그라스)

바다의 푸른 숨결이 닿는 남쪽 섬에는, 바람이 머물러 꽃을 피운 정원이 있다. 한때 하얀 꽃으로 물들었던 이곳이 지금은 은빛 물결로 옷을 갈아입었다.

바람이 스치면 억새처럼 흔들리지만, 그 빛은 한결 따스하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바다와 하늘, 그리고 풀잎이 모두 같은 색으로 물든다.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은빛 파도가 발끝까지 밀려오는 듯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마음까지 잔잔해진다.

그렇게 장산도의 가을은 소리 없이 깊어지고, 시간조차 천천히 흘러가는 듯하다.

하얀 섬, 은빛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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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안군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팜파스그라스)

전남 신안군 장산도는 지금 ‘화이트정원’의 팜파스그라스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봄에는 샤스타데이지로 ‘하얀 섬’이라 불렸던 곳이지만, 가을이 오자 이 정원은 다시 한 번 색을 바꿨다.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팜파스그라스의 은빛 물결은 가을 햇살 아래에서 부드럽게 반짝이며 섬 전체를 덮는 듯하다.

화이트정원은 장산도의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조성된 공간이다. 꽃과 바람, 그리고 바다가 어우러지는 이곳에서는 인공의 흔적보다 자연의 결이 더 짙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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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팜파스그라스)

정원을 거닐다 보면 들려오는 것은 바람 소리와 억새 잎이 스치는 소리뿐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곳의 가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계절이 남긴 빛과 바람의 기록이다. 팜파스그라스의 긴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를 만든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이 정원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기억한다.

바다 품은 섬, 장산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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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팜파스그라스)

장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섬이다. 동쪽으로는 해남 화원반도, 남쪽으로는 진도, 서쪽으로는 하의도, 북쪽으로는 안좌도와 마주하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섬을 잇는 산줄기는 오음산에서 배미산, 대성산을 거쳐 비둘기산과 부학산까지 이어진다. 높은 산은 없지만, 완만한 구릉과 낮은 산들이 어깨를 잇듯 펼쳐져 있다.

예로부터 장산도는 비옥한 땅과 풍부한 강우량으로 농업이 발달한 섬이었다. 산을 개간해 밭을 일구고, 갯벌을 메워 논과 염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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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팜파스그라스)

미곡 중심의 농사와 더불어 해태 양식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섬 곳곳에서는 여전히 바다 냄새와 흙 내음이 함께 묻어난다.

장산도는 신안군의 섬 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과거에는 해상 교역로의 중심지로, 고려와 통일신라 시대에 이미 활발한 해로가 열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오랜 세월의 흐름이 남긴 흔적은 지금도 바다와 마을의 이름 속에 남아 있다.

사계절이 머무는 힐링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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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안군 (지난 5월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샤스타데이지 꽃 축제)

화이트정원은 이름 그대로 ‘하얀 색’을 주제로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변신한다. 봄에는 샤스타데이지가 흰 물결을 이루고, 가을에는 팜파스그라스가 그 자리를 잇는다.

사계절 내내 흰빛이 이어지는 이 정원은 장산도의 상징이자, 자연 속에서 쉼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남부정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장산도의 팜파스그라스는 가을의 낭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방문객들에게 평온한 힐링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정원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풍경이 열린다. 바람이 잔잔히 불어오면 팜파스그라스는 하나의 물결이 되어 섬을 감싼다.

여행자를 위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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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신안군 (전남 신안 장산도 화이트정원 팜파스그라스)

장산도 화이트정원은 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면 장산중앙길에 위치하며,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목포에서 출발해 남서쪽으로 약 39킬로미터를 이동하면 닿을 수 있다. 바다를 건너야 하는 섬이지만, 그 여정 자체가 이미 여행의 일부가 된다.

지금 이 계절, 장산도의 정원은 가장 빛난다. 은빛 억새가 바람을 따라 춤추는 이 섬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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