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로 미래를 본다?”… 영천 ‘돌할매공원’에서 느끼는 신비로운 체험과 가을 산책

영천의 조용한 소원 명소
돌의 무게로 염원을 읽다
민속이 살아 숨 쉬는 돌할매공원
영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가을의 공기가 산골짜기를 따라 천천히 흐른다. 들녘의 벼는 누렇게 고개를 숙이고, 바람은 오래된 사연을 실어 나른다.

이 계절, 마음속에 오래 품은 바람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면, 영천 북안면의 작은 마을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오랜 세월이 그 바람을 대신 들어주는 곳이 있다. 이름부터 정겨운 ‘돌할매공원’, 그곳에서는 오늘도 사람들의 소망이 조용히 쌓여 간다.

돌의 무게로 점치는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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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돌할매를 모신 작은 석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돌할매 동상과 부처상, 그리고 12간지 조형물이 공원을 둘러싸듯 서 있다.

가운데 자리한 ‘돌할매’는 직경 약 25cm, 무게 약 10kg의 둥근 화강암으로, 손에 들려보며 자신의 소원을 점쳐보는 돌이다.

마을 사람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이 돌을 신성하게 여겨왔다. 전염병이 돌거나 흉사가 생길 때면 돌할매 앞에 제를 올렸고, 음력 보름마다 마을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평안을 빌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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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돌할매를 드는 절차는 정해져 있다. 먼저 두 손을 모아 세 번 합장한 뒤,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들어본다. 이때 쉽게 들리면 아직 정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후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그리고 간절한 소원을 말한 뒤 다시 돌을 들어본다. 만약 돌이 들리지 않거나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면, 소원이 이루어질 징조라 한다.

흥미롭게도, 사람에 따라 같은 돌이 들리기도, 들리지 않기도 한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신비로 꼽힌다.

조용한 산책과 기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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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돌할매공원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걷는 이의 발걸음을 천천히 머물게 한다. 주변의 산세가 완만하게 감싸 안고, 바람에 흔들리는 연등마다 누군가의 바람이 적혀 있다.

연등 아래 놓인 촛불들은 희미한 빛으로 타오르며 공원을 한층 더 고즈넉하게 만든다.

공원 중앙에는 돌할매가 돌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본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그 주위로는 12간지 동물상이 둥글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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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쥐부터 돼지까지, 각 띠의 동물들은 마치 돌할매를 수호하듯 둘러서 있으며, 각 조형물에는 동물의 상징이 정성스럽게 적혀 있다. 이 모습은 마치 작은 조각정원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방문객은 “소원을 빌기 전에도 돌이 들렸는데, 빌고 난 뒤엔 들리지 않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규모는 작지만 십이지 동물이 귀엽게 조성돼 있어 산책하며 사진 찍기 좋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원에는 포토존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세월이 머문 민속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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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돌할매공원이 자리한 북안면은 고즈넉한 시골 마을로, 관산과 평용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에 자리한다. 공원까지는 승용차로 접근하는 것이 편리하며,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을 어귀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솔바람이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고, 가을이면 붉고 노란 단풍이 산책로를 물들인다.

이곳의 ‘돌할매’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이어져 온 마을의 신앙이자 마음의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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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영천 돌할매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병윤)

수능을 앞둔 학생부터 가족의 안녕을 비는 부모까지, 각자의 소원을 품은 이들이 찾아와 조용히 돌 앞에 선다.

돌할매공원은 그저 소원을 비는 장소가 아니라, 오랜 세월 한 마을의 믿음이 살아 있는 ‘이야기의 터전’이다.

해마다 계절이 바뀌듯, 사람의 마음도 다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간절함의 무게일 것이다. 돌할매 앞에 선 순간, 누구든 자신의 바람을 조심스레 올려놓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영천의 돌할매공원, 그 조용한 공간에서 당신의 염원 또한 천천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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