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단풍 명소 1위”… 강원 양양 ‘오색주전골’, 가을이 살아 있는 진짜 명소

설악의 단풍이 물드는 시간
남설악의 비밀스러운 붉은 골짜기
오색빛 계곡을 따라 걷는 길
강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주전골 가을 단풍 풍경)

가을이 깊어지면 산의 표정이 달라진다. 짙은 구름이 머문 날에도 능선마다 번지는 붉은 빛은 묘하게 따뜻하다.

나뭇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며 만들어내는 색의 물결은 누군가의 기억을 불러오는 듯하다.

한적한 계곡길을 따라 천천히 걸을수록, 이곳이 왜 ‘오색(五色)’이라 불리는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음이 물드는 길 끝에는 설악의 또 다른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남설악의 비경, 오색 주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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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주전골 가을 단풍 풍경)

설악산국립공원 남쪽 자락, 양양 오색리에서 시작되는 주전골은 단풍철이면 유난히 붉게 빛난다.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에 위조 엽전을 만들던 도둑들이 숨어들었던 골짜기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의 주전골은 탐방객에게 자연의 ‘진짜 금전’을 안겨주는 곳이라 할 만하다.

계곡을 따라 3km 남짓 이어지는 탐방로는 기암괴석과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출발점인 오색약수터탐방지원센터에서는 철분과 탄산이 어우러진 오색약수를 먼저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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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주전골 가을 단풍 풍경)

입안에서 은은하게 톡 쏘는 약수의 감촉이 산행의 시작을 상쾌하게 열어준다. 이어 성국사와 선녀탕, 용소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걷는 내내 바위마다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고래바위, 상투바위, 부부바위 등 이름만큼이나 형상이 독특한 바위들이 길손을 맞이한다.

선녀탕의 맑은 물 위로 단풍이 떨어지면, 마치 신선이 잠시 머물다 간 듯 고요한 기운이 감돈다.

‘금강문’을 지나면 시야가 트이면서 계곡은 한층 웅장해지고, 그 끝에서 용소폭포가 깊은 물소리로 가을의 절정을 알린다.

흘림골에서 주전골로, 붉은 길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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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주전골 가을 단풍 풍경)

설악산 단풍 명소 중에서도 손꼽히는 흘림골~주전골 코스는 단풍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여심폭포와 등선대를 거쳐 주전골로 내려오는 이 길은 약 5.8km, 3시간 남짓 걸린다.

초입의 데크길을 따라 오르면 단풍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의 냄새를 퍼뜨린다. 해발 800m가 넘는 여심폭포에 다다르면 잔잔한 물줄기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며 고요한 풍경을 만든다.

이후 등선대에 오르면 설악의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많은 이들이 그곳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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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주전골 가을 단풍 풍경)

이름 그대로 신선이 오른다는 뜻의 등선대는 산세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이어져, 잠시 숨을 고르며 하늘빛을 바라보게 만든다.

내려오는 길에는 철망 터널과 출렁다리가 이어지고, 그 사이마다 단풍이 물든 숲이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십이폭포를 지나면 물소리가 점점 커지고, 곡선으로 흐르는 계곡물 위로 낙엽이 춤춘다.

하산길은 주전골로 이어진다. 흘림골이 끝나고 금강문을 지나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단풍은 여전히 싱그럽고, 계곡물은 맑고 차다.

십이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주전골로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가을이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단풍의 절정, 지금이 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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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양 설악산 오색주전골 가을 단풍 풍경)

10월 말, 주전골은 붉은 물결로 가득하다. 위쪽 흘림골이 단풍의 절정을 지나면, 아래 주전골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여행객 이모 씨는 “위쪽은 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주전골은 아직 가을이 살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단풍이 끝물이라 생각했는데, 주전골에 내려오니 여전히 생생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주전골의 가을은 조금 늦게 찾아오고, 더 오래 머문다. 산책하듯 걸으며 계곡 소리를 듣고, 단풍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면, 짧은 산행이지만 계절이 온전히 마음속에 남는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설악의 오색빛 풍경을 마주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

가을의 설악은 늘 웅장하지만, 주전골의 계절은 유독 따뜻하다. 붉은 빛이 번지는 산자락 아래에서, 자연은 매년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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