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 달, 청송 주왕산이 부른다
무료 주차로 더 가까워진 가을 산행
단풍빛 아래 쉬어가는 특별한 한 달

짙어진 가을빛이 산자락을 물들이는 계절, 청송의 주왕산은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깊다.
바람에 실린 낙엽 향이 천천히 계곡을 타고 흐르고, 붉은 단풍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 산행객의 어깨를 감싼다.
이런 풍경 속에서 올해 가을은 조금 더 특별하다.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줄 ‘작은 혜택’이 주왕산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왕산, 11월 한 달간 주차장 무료 개방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은 오는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지난 봄 대형 산불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단풍철을 맞아 늘어나는 탐방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최근 공원 측은 주차장을 전면 개선해 진입과 출입로를 분리하고, 주차 공간을 450여 대 규모로 확대했다.

인공지능 기반 CCTV 관제 시스템도 도입해 사고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자연 속 여유를 누리며 마음 편히 주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가을마다 60만 명 이상이 찾는 주왕산은 올해도 붉은 단풍 물결로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공원 관계자는 “가을은 주왕산이 가장 붐비는 시기지만,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등산화와 간식, 물, 보조배터리 등 기본 준비를 갖추고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절경이 펼쳐지는 암산, 주왕산의 품

해발 720미터의 주왕산은 태백산맥의 한 지맥에 자리한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다. 수십 개의 암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사이로 주방계곡과 절골계곡, 월외계곡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흐른다.
신라 시대에는 ‘석병산’이라 불렸던 곳으로, 바위의 형태가 병풍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산 곳곳에는 대전사와 여러 암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네 곳의 폭포와 동굴이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미를 자랑한다.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공원은 청송군과 영덕군에 걸쳐 있으며, 인근에는 속리산과 덕유산 등 명산이 이어져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탐방 코스는 초보자부터 가족 단위 여행객까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가메봉 코스와 주왕계곡 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구간으로,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상의자동차야영장과 탐방지원센터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숙박이나 캠핑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누구나 편하게 걷는 산, 가족의 쉼터가 되다

주왕산은 탐방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일부 구간을 이동할 수 있다. 상의탐방지원센터에서는 휠체어와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어, 노년층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부담이 적다.
한 탐방객은 “길이 완만해서 산책하듯 걸을 수 있었고, 용추협곡의 풍경은 액자 속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가족들과 가볍게 트래킹하며 다람쥐를 보고, 계곡을 따라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고 소감을 남겼다.
11월의 주왕산은 자연이 만든 전시회와 같다.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괴석 사이로 단풍빛이 번지고, 계곡물에 비친 붉은 산세가 반짝인다.
이번 달은 주차료 걱정 없이 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한 걸음마다 가을이 물드는 산, 그 안에서 잠시 쉬어가는 11월의 여행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