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가을의 호수길
괴산 문광 저수지의 은행나무길
무료로 즐기는 황금빛 산책 명소

가을이 깊어질수록 그 길은 황금빛으로 변한다. 바람이 불면 은행잎이 잔잔히 호수 위로 흩날리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이면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요하다.
산책객들은 느린 걸음으로 그 길을 따라 걷고,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은 시간을 잊은 듯 호수와 마주한다. 소란한 축제 대신, 이곳의 매력은 고요 속에서 스며든다.
충북 괴산 문광면의 작은 마을, 양곡리. 이곳에 자리한 문광 저수지의 은행나무길은 지금,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양곡리의 가을

문광 저수지는 1978년에 완공된 준계곡형 저수지로, 원래는 농업용수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곳은 단순한 저수지를 넘어, 마을의 쉼터이자 여행객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호수를 둘러싼 2km 길이의 은행나무길은 1979년, 양곡리의 한 주민이 묘목을 기증하며 조성된 것이다. 그때 심어진 3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수십 년을 자라 지금의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면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선 은행나무가 황금빛 터널을 만든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반짝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걷는 풍경’이라 할 만하다.

저수지의 물결이 잔잔히 은빛을 띠고, 호숫가의 안개가 더해지면 시간마저 멈춘 듯한 정적이 흐른다.
주변 숲에는 고목이 많아 사계절 내내 자연의 깊은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가을철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낚시와 산책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고, 주말이면 촬영을 위해 삼각대를 든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그 소란조차 이곳에서는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걷는 동안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작은 풍경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호수 위에 드리운 은행잎이 바람 따라 흩날리고, 데크로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걷는 동안 바닥에 쌓인 노란 잎들이 발끝에서 사각거린다.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30분 남짓 걸리지만, 풍경에 취해 머무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길다.
가을의 절정기엔 행사 없이도 길가에 천막이 몇 개 세워지고, 따뜻한 어묵이나 갓 따온 사과를 파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과수원에서 막 수확한 사과는 신선하고 달콤해 여행의 작은 즐거움을 더한다. 인근에는 괴산의 명물로 알려진 만두집도 있어, 미리 예약해두면 산책 후 따뜻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11월 무렵이면 은행잎이 대부분 떨어지지만, 바닥에 쌓인 잎들이 만들어내는 노란 융단은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에는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어떤 이들은 “잎이 다 져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만큼 문광 저수지는 계절의 끝자락까지 색을 품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쉼터, 무료로 즐기는 명소

문광 저수지는 상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가을 성수기에는 차량이 몰려 흙길에 주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들지 않아도, 이 길 위에서는 마음이 부자가 되기 때문이다.
괴산군 관광팀은 “문광 저수지의 은행나무길은 지역 주민의 손으로 지켜온 자랑스러운 풍경”이라며, 자연 그대로의 정취를 오래도록 보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이 길은 별다른 상업 시설 없이도 오롯이 자연의 힘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 잠시 도시의 속도를 내려놓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호수와 나무가 만든 길 위에서 걸음을 멈추면, 노란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문광 저수지의 은행나무길은 무료지만, 그 풍경이 남기는 여운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