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다솔사 단풍길”… 부모님과 함께 걷기 좋은 한적한 사찰 여행지

가을빛 물든 고찰의 고요함
천년의 숨결 머문 다솔사
걷는 길마다 마음이 쉬어간다
사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낙엽이 발끝에 스며드는 계절, 산의 품 안으로 스며드는 길이 있다. 바람은 나뭇잎을 부드럽게 흔들며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속삭인다.

먼 시대의 고승들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 비치고, 그 위로 사람들의 발자국이 겹겹이 쌓인다. 사천의 깊은 산 속, 이곳에서는 시간마저 잠시 걸음을 멈춘 듯하다.

가을의 정취와 함께 찾아가는 그 절집, 다솔사의 이야기가 그 고요 속에서 서서히 피어난다.

천오백 년의 숨결, 다솔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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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다솔사는 신라 지증왕 3년, 서기 503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한 사찰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영악사’라 불리다가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가 ‘영봉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후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증축하며 지금의 이름인 ‘다솔사’를 얻게 되었다. 이름에는 방장산의 형세가 대장군이 많은 군사를 거느린 듯 웅장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가 중건했으나 임진왜란으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

이후 숙종 12년, 승려들이 힘을 모아 10년의 세월에 걸쳐 다시 일으켰으며, 조선 영조 때 또 한 차례의 화재를 겪은 뒤 명부전과 대양루, 사왕문 등을 새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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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1914년의 화재로 다시금 모든 전각이 불탔지만, 대양루만은 불길을 견디며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의 건물은 1915년부터 3년에 걸친 복원 끝에 세워진 것이다.

천오백 년에 이르는 긴 역사 속에서 다솔사는 단순한 불교 사찰을 넘어 시대의 정신을 품은 도량으로 자리해왔다.

의상대사, 무학대사 등 이름난 고승들의 수행처였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나라를 위한 호국 불교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이끈 독립운동 단체 ‘만당’의 본거지로 쓰이며 민족의 혼을 지킨 곳이기도 하다.

고요히 누운 부처, 다솔사의 적멸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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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다솔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깊은 산세 속의 평온함이다. 가을 햇살이 사찰의 지붕을 비추고, 돌계단 사이로 바람이 스며든다.

적멸보궁의 법당 안에는 누워있는 부처의 열반상이 자리해 있다. 이 열반상 뒤편에는 투명한 창이 있어, 그 너머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사리탑이 고요히 보인다.

한 여행객은 “열반상 뒤 유리창 너머로 사리탑이 비치는 풍경이 참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가을의 다솔사는 절집에 이르기까지의 길마저도 아름답다”며 “노란 꽃이 만개한 길과 절 뒤편 녹차밭의 은행나무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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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계절마다 다른 빛을 품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은 다솔사가 가장 깊은 고요를 머금는 시간이다.

적멸보궁 뒤편에는 1만여 평에 달하는 차밭이 펼쳐져 있다. 효당 최범술 스님이 ‘한국의 차도’를 정립하며 이곳을 근대 차문화의 중심지로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 차밭은 오늘날에도 사찰의 전통을 잇는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은은한 차향이 바람결에 스며들어 방문객의 마음을 맑히는 듯하다.

산책하듯 머무는 사찰, 다솔사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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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다솔사는 그 자체로 한적함이 주는 위로의 공간이다. 경내를 따라 걷는 길은 완만하고 길게 이어져 있어 나이 든 여행자들도 천천히 오르며 사색하기에 좋다.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한 여행객은 “다솔사는 어느 계절에 가도 마음이 맑아지는 곳”이라며 “푸른 숲과 드넓은 하늘 아래서 조용히 기도하고 걷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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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실제로 절 주변에는 벤치가 곳곳에 놓여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고, 절 뒤편의 등산로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되는 다솔사는 사천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여행지이자,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화려함 대신 소박함으로, 소란 대신 고요함으로 여행객을 맞이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천년의 세월이 만든 평화로운 풍경 속에 자신만의 시간을 채워간다.

천년 고찰이 들려주는 가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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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사천 다솔사)

가을의 다솔사는 그저 오래된 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와 계절의 풍경이 겹쳐진 장소다.

산길을 따라 오르는 동안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잎, 그리고 법당 안에 스며든 향 냄새가 하나의 장면처럼 이어진다.

오랜 세월의 상처와 재건을 거듭하며 다솔사는 지금도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의 한 걸음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삶의 결을 다듬는 시간이다.

가을빛이 물든 다솔사에서, 천년의 고요가 오늘의 우리를 다정히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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