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을 여행지는 무조건 여기죠”… 어음리 억새밭에서 달리는 레이싱과 인생샷 명소

가을빛 억새와 바람의 길
속도와 풍경이 만나는 제주
어음리에서 즐기는 계절의 질주
억새
출처: 한국관광공사 (제주 애월읍 9.81 파크 제주, 저작권자명 모노리스 이지연)

가을의 제주는 유난히 빛이 곱다. 한라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억새를 흔들면, 벌판 가득 은빛 물결이 출렁인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억새 끝마다 붉은 햇살이 걸려 반짝이고, 그 뒤로 푸른 바다가 은은히 번진다. 그곳에 서면, 계절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 속에 잠시 멈춰 서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파도 사이로 달리는 길이 있다. 억새와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제주의 특별한 계절, 바로 어음리의 가을이다.

은빛으로 물드는 어음리의 들판

억새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일 제주 애월읍 어음리억새군락지 풍경)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는 가을마다 억새의 물결로 덮인다. 이곳은 제주의 대표적 억새 군락지 중 하나로, 멀리 비양도와 애월 앞바다가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해마다 10월 무렵이면 바람결 따라 억새 이삭이 흔들리고, 은빛 물결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장관을 이룬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풍경은 더욱 압도적이다. 억새밭 너머로 바다가 이어지고, 그 사이를 잇는 길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억새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일 제주 애월읍 어음리억새군락지 풍경)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바람의 방향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제주의 가을을 온몸으로 느낀다.

억새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제주의 자연이 가진 시간의 결을 보여준다. 낮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이, 해질 무렵에는 금빛으로 변하며 계절의 색을 완성한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억새의 움직임은, 그날의 날씨와 마음까지 담아내는 듯하다.

레이싱과 풍경이 만나는 9.81파크

억새
출처: 한국관광공사 (제주 애월읍 9.81 파크 제주, 저작권자명 모노리스 이지연)

억새로 둘러싸인 이 일대에는 독특한 즐길 거리도 있다. 바로 ‘9.81파크’다. 중력을 이용한 무동력 레이싱 테마파크로, 오르막에서는 천천히 풍경을 즐기고 내리막에서는 가속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트랙은 총 10개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제주 바다와 억새 군락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탈 수 있는 2인승 카트부터,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1인용 레이싱 코스까지 다양하다.

단순한 속도 체험을 넘어,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순간마다 억새와 하늘, 그리고 바다가 시야에 스며든다. 여행객들은 “속도감과 함께 제주의 풍경을 그대로 마주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억새
출처: 한국관광공사 (제주 애월읍 9.81 파크 제주, 저작권자명 모노리스 이지연)

또한 이곳은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3>에서 출연자 창진과 다혜의 데이트 장소로 소개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레이싱과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던 장면이 방송되며, 젊은 여행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파크 내부에는 실내 레이저 태그존과 전망 좋은 카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고프로 카메라가 부착된 카트를 타면, 달리는 동안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해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억새길 따라 이어지는 가을의 여정

억새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일 제주 애월읍 어음리억새군락지 풍경)

어음리 일대의 억새는 인근 명소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가까운 새별오름은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억새로 뒤덮여 있어, 한라산과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신촌리의 닭머르해안길은 억새와 절벽, 바다가 어우러진 산책길로 알려져 있다.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해질 무렵 걷기 좋은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일몰 시각이면 억새 사이로 붉은 노을이 스며들며 제주 특유의 정취를 더한다.

조금 더 동쪽으로 향하면 송당동화마을이 있다. 가을이면 이 마을은 핑크뮬리와 팜파스가 어우러져 분홍빛 물결을 이룬다.

바람의 섬에서 만나는 계절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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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지난 2일 제주 애월읍 어음리억새군락지 풍경)

어음리 억새군락지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9.81파크와 함께 즐길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 억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속도를 더하고, 트랙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는 제주의 가을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곳을 찾은 한 여행자는 “단순히 레이싱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달리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억새밭을 배경으로 한 카트 트랙은 제주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이다.

가을의 제주가 가진 빛과 바람, 그리고 속도는 어음리에서 한데 만난다. 천천히 걷거나, 빠르게 달리거나, 어느 쪽이든 그 끝에는 제주의 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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