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도심형 국립공원” 탄생… 부산 금정산, 가을엔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도심 속 첫 국립공원의 탄생
부산 금정산, 자연과 역사의 공존
가을 산책으로 떠나는 생태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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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진 가을, 도심의 소음이 멀어지는 순간이 있다. 차창 너머로 산 능선이 점점 선명해질 때, 이곳이 도시 한가운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부산 사람들의 일상 속에 함께해온 금정산이 이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오랜 세월을 품어온 자연이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서, 부산은 또 하나의 자부심을 품게 되었다. 도시와 자연이 맞닿은 이곳에서, 새로운 가을 여행이 시작된다.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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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부산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쉼터인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특히 이번 지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10월 31일 열린 제144차 회의에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결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지정 면적은 약 66.9㎢로, 그중 78%는 부산의 여섯 자치구에, 22%는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다.

금정산은 자연경관 71개소, 문화자원 127점, 멸종위기종 14종을 포함한 1,78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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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전국 23개 국립공원 중에서도 문화자원 수가 가장 많고, 매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기 탐방지로 손꼽힌다.

이번 지정은 시민사회의 20년 염원이 이뤄낸 결과다. 2005년 시민단체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14년에는 10만 명이 참여한 서명운동으로 확산됐다.

이후 부산시와 시민단체 80여 곳이 힘을 모아 금정산의 가치를 알렸고, 2024년 범어사와의 상생 협약 체결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1987년 소백산 이후 37년 만에 비보호지역에서 새롭게 지정된 사례다.

이전의 국립공원들은 대부분 도립공원에서 승격된 형태였으나, 금정산은 도심 속에서 독자적인 생태·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지질이 만든 부산의 뿌리, 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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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금정산은 단순히 산의 이름이 아니다. 약 7천만 년 전 지하의 마그마가 식으며 만들어진 화강암 지형이 융기해 형성된, 부산 땅의 근원과도 같은 곳이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이 빚어낸 암봉과 절벽이 이어져 장엄한 풍광을 자아낸다. 특히 고당봉, 장군봉, 원효봉 등 해발 500~800m의 봉우리마다 특유의 바위지형이 펼쳐져, 지질학적 가치 또한 매우 높다.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인증된 금정산에서는 토르(tor), 나마, 인셀베르그 등 이름조차 낯선 암석 지형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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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이는 백악기 시대 불국사 화강암이 드러난 결과로, 자연의 시간과 역사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로는 낙동강이 길게 이어진다. 이 산을 따라 낙동정맥이 흐르며, 부산의 생태축을 완성한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시민의 일상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교육장이자 생태문화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 관광의 새 바람, 도심 속 생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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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단순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산의 관광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부산의 관광이 바다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K-등산’과 생태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도심 여행이 가능해졌다.

부산시는 이번 지정으로 연간 탐방객이 4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금정산에는 탐방로와 야영장, 산장, 케이블카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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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는 공중화장실, 주차장, 탐방 안내소 등의 시설 개선이 예정되어 있으며, 탐방로 정비와 안전관리도 강화될 예정이다.

특히 산불 감시와 재난 경보 시스템 도입으로 탐방객의 안전성을 높일 방침이다.

다만 일부 구간은 비법정 탐방로로 지정되어 통행이 제한될 수 있으며, 탐방 시간 예약제 도입으로 입산 인원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도심형 국립공원의 특성을 살려 시민들의 이용 편의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며 “기존의 생활권 등산이 불편하지 않도록 제도를 세심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가을의 품에서 만나는 새로운 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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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도심을 한 걸음만 벗어나면, 가을빛이 물든 숲과 청량한 바람이 맞이한다. 고당봉 정상에 서면 금빛 햇살 아래로 부산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제 이 풍경은 단순한 산행의 기억을 넘어,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 되었다.

오랜 시간 시민들이 지켜온 산, 그리고 그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 금정산은 이제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새로운 여행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을의 정취를 품은 이 산에서, 부산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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