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가을여행 찾는다면”…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국화전시회’ 지금이 딱이다

가을빛 머금은 국화의 정원
천천히 걷는 계절의 여백
빛과 향기로 물든 아침 고요
가평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저작권자명 아침고요수목원 김주현)

새벽의 안개가 아직 자리를 비우지 않은 산등성이 아래, 고요히 깨어나는 정원이 있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 안에서 꽃잎들이 조용히 피어난다.

손끝 닿는 곳마다 다정한 색채가 묻어나고, 발길 닿는 곳마다 향이 짙어지는 곳. 계절이 깊어질수록 더 빛나는 이 정원은 지금, 한창 가을의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올해의 국화가 가장 화려한 빛을 뽐내고 있다.

국화로 물든 아침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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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침고요수목원 (2025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국화전시회 포스터)

경기도 가평군 축령산 자락에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은 이름처럼 고요한 자연과 정갈한 조경미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1996년 개원 이래 20여 개의 주제 정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절마다 다른 색의 정취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지금 이곳은 가을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바로 ‘국화 전시회’다. 2025년 10월 18일부터 11월 9일까지 ‘아침마루’와 ‘산수경 온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다채로운 국화가 수목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탐스럽게 핀 붉은 국화, 하얀 국화, 노란 국화가 층층이 피어나며, 꽃잎마다 햇살을 머금은 듯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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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저작권자명 아침고요수목원 김주현)

단간작과 다간작으로 피어난 꽃들이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정원사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양한 국화 조형물은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산수경 온실 안에서는 각양각색의 국화 품종이 전시되고 있으며, 아침마루 주변에는 돌고래와 유니콘을 형상화한 국화 조형물이 포토존으로 인기다.

사진을 찍는 이들의 웃음이 이어지고, 향기로운 공기를 따라 발걸음이 천천히 머문다. 한국적인 곡선을 살린 정원과 국화의 조화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미를 담은 정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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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저작권자명 아침고요수목원 김주현)

아침고요수목원의 진면목은 단지 계절 전시에 그치지 않는다. ‘하경정원’, ‘비밀의 정원’, ‘J의 오두막 정원’, ‘한국정원(서화연)’ 등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정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으며, 그 속에 한국적인 정취가 스며 있다.

특히 한반도 지형을 본뜬 하경정원은 산과 강, 바다를 형상화한 조경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과 식물로 변화하며, 현재는 단풍과 국화가 어우러져 깊은 가을의 색을 보여준다.

서화연으로 향하면 고즈넉한 기와집과 분재가 어우러진 장면을 만나게 된다. 오래된 정자에서 바라보는 연못은 잔잔한 바람에 따라 물결이 일며, 그 위로 반영된 단풍이 그림처럼 흔들린다.

이곳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 ‘조선 명탐정’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배경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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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저작권자명 아침고요수목원 김주현)

전통과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그 고유의 분위기는 어떤 인공적 연출로도 대체할 수 없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늘길’이라 불리는 산책로가 나온다. 교회 종탑과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수목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잔잔한 음악이 들리는 듯한 고요 속에서 걸음을 멈추면, ‘쉼의 언덕’이라 불리는 공간이 나타난다.

푸른 소나무와 비대칭으로 자란 나무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닮아 있어, 잠시 벤치에 앉기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진다.

계절을 품은 체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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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저작권자명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은 관람뿐 아니라 체험의 공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개인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이끼나 꽃을 이용한 테라리움 만들기, 드로잉 팟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단체 방문객을 위한 정원 해설과 클래스하우스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자연을 배운다는 즐거움을 더한다.

수목원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겨울철에는 일몰 후 조명이 밝혀져 ‘오색별빛정원전’이 펼쳐진다.

수목원 안에는 ‘아침봄 빵집’과 카페도 있어, 꽃향기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지금,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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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저작권자명 아침고요수목원)

국화 전시회가 열리는 지금, 아침고요수목원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온실을 가득 채운 꽃의 향, 잣나무 숲을 따라 흩날리는 낙엽, 그리고 잔잔히 흘러가는 물소리가 어우러져 깊은 가을의 정취를 완성한다.

한참을 걷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듯하다.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때다.

가을의 정원에서 꽃과 함께 머무는 하루, 그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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