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음을 잠재우는 천년의 고요
15분의 걸음으로 마주하는 절벽 끝 비경
간절한 소망 하나가 기적이 되는 공간
코끝을 스치는 2월의 알싸한 공기가 오히려 정신을 맑게 깨우고,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산사의 고즈넉함은 일상의 소란을 단숨에 잠재운다.
화왕산 기암괴석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면, 왜 옛사람들이 이곳을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신성한 땅이라 믿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봄을 기다리는 대지의 숨결이 서서히 차오르는 이 시기, 경남 창녕의 관룡사는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는 가장 완벽한 여행지가 된다.
사찰의 초입,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해학적인 미소를 머금은 석장승을 마주하면 여행자의 긴장은 비로소 무장해제된다.
경남 창녕군 창녕읍 화왕산관룡사길 171에 위치한 관룡사는 국가지정 보물만 6점을 품은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자, 천년의 시간이 멈춰선 역사의 보고다.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웅전과 약사전의 단아한 처마 아래 서보라. 화려한 단청이 바래진 자리에 남은 나뭇결의 질감은 겨울 햇살 아래에서 더욱 숭고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맑은 겨울 오후, 약사전 앞 삼층석탑 주위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마음속 소란이 어느덧 고요한 평온으로 바뀐다.
이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사찰 뒤편, 완만한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땀을 흘려야 닿는 용선대에 있다.
거창한 등산 장비 없이 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이 길은, 끝자락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파노라마를 선물한다.
수십 길 낭떠러지 끝에 홀로 앉아 창녕 들판을 굽어보는 석조여래좌상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이곳이 왜 ‘정성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지는 명당’으로 불리는지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석불의 인자한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화왕산과 관룡산의 기개 있는 능선이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창녕의 광활한 대지가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넉넉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올라온 가족 여행객이나 창녕버스터미널에서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찾아온 이들 모두, 이 지점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아낀 채 2월의 비경을 음미한다.
사찰을 내려와 인근 화왕산성의 마른 억새 사이를 걷거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이번 주말, 마음속에 품어온 간절한 소망 하나가 있다면 주저 없이 창녕으로 떠나보길 권한다. 찬 공기를 뚫고 용선대에서 마주한 부처님의 미소는, 당신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든든한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현장의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면 창녕군 관광안내소(055-530-1999)를 통해 더 세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