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톤 돌로 되살아났다
여행자들이 조용히 찾는 숨은 명소

2월 중순, 겨울의 마지막 알싸한 공기가 동해안을 훑고 지나간다. 아직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어딘가 봄의 예감이 스며드는 이 시기, 강원도 해안가에는 천 년 전 신라 여인의 이야기가 거대한 돌로 되살아나 서 있다.
삼척 임원항 언덕,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높이 10.6m, 중량 500톤에 달하는 수로부인 조각상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화려한 관광지 사이에서 조용히 숨어 있던 이 공원들이 요즘 중장년 여행자들 사이에서 ‘알 만한 사람들만 찾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동양 최대 조각상의 비밀 – 수로부인 헌화공원
강원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구로 33-17, 바다를 마주한 언덕에 수로부인 헌화공원이 자리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연 오색 대리석으로 빚어낸 거대한 여인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높이 10.6m, 가로 15m, 세로 13m에 달하는 이 조각상은 광화문 세종대왕상의 1.5배 규모로, 천연 돌로 만든 동양 최대의 조각상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수로부인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신라 성덕왕 시대의 절세미인이다. 남편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던 길, 그녀가 절벽 위 철쭉꽃을 원하자 지나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며 지은 노래가 4구체 향가 ‘헌화가’다.
또 임해정에 이르렀을 때 바다의 용이 부인을 끌고 갔으나, 백성들이 부른 ‘해가’라는 노래 덕분에 다시 돌아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공원 곳곳에는 이 설화를 재해석한 조각 작품과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 2월의 찬바람이 불어오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천 년 전 이야기를 현대적 예술로 감상하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다.
특히 해질 무렵 동해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서 있는 수로부인상은, 마치 지금도 바다 너머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운영 시간은 계절별로 다르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매월 18일은 휴무일이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및 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며, 단체 방문 시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자차 여행객에게 편리하다.
무료로 즐기는 농촌 문화 – 수타사 농촌테마공원
삼척에서 내륙으로 시선을 돌리면,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영귀미면 덕치리 614에 또 하나의 숨은 명소가 있다.

수타사 농촌테마공원은 ‘물과 흐름’을 주제로 조성된 친환경 휴식 공간으로, 입장료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공원 내 홍천관광홍보관에서는 홍천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특산물 – 쌀, 잣, 인삼, 찰옥수수, 한우 – 을 전시하고, 홍천의 사계절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다.
홍보관 앞 12지 신상이 새겨진 거대한 기둥들이 줄지어 선 열주잔디광장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 포토 스팟이다.
2월의 앙상한 나무 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광장을 거닐다 보면, 곧 다가올 봄의 기운을 먼저 느낄 수 있다.
농특산물 판매장에서는 홍천에서 직접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햅쌀과 잣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추천하는 품목이다.

수변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산책로는 가볍게 걷기 좋은 코스로, 무릎이 약한 중장년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하절기(4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주차 공간이 넉넉해 가족 단위 나들이나 친구들과의 소규모 여행에 제격이다.
모든 공원이 그저 벤치와 산책로만 갖춘 것은 아니다.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신라 시대 설화를 동양 최대 규모의 조각상으로 구현해냈고, 수타사 농촌테마공원은 홍천의 전통 농촌문화를 체험형 공간으로 풀어냈다.
화려한 관광 명소 사이에서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간직한 이 두 곳은, 진짜 강원도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선물이 된다.

2월 말, 겨울과 봄 사이 어느 주말, 동해의 차가운 바람과 내륙의 고요한 햇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강원도 이색 공원 여행.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 숨은 명소들은,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작은 보물 상자와 같다. 지금, 2026년 2월의 끝자락에서 천 년 전 전설을 만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