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모시고 가기 딱”… ‘순천 낙안읍성’ 국내 이색 여행지 추천

평야를 감싼 돌의 시간
성곽과 마을이 공존하는 풍경
지금도 사람이 사는 읍성
낙안읍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순천 낙안읍성)

오랜 세월이 겹겹이 쌓인 공간에서는 시간의 결이 또렷이 드러난다. 전남 순천의 들녘 한가운데 자리한 이 읍성은 성곽과 마을이 함께 호흡하며 오늘까지 이어져 온 드문 사례다.

전시를 위해 꾸며진 민속촌과 달리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생활 터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초가지붕 위로 내려앉는 햇살과 돌담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과거의 흔적을 현재로 불러낸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흙을 다져 쌓은 토성에서 시작해, 세월 속에서 돌로 다시 태어난 성벽은 굳건한 의지를 증명한다.

성 안을 거닐다 보면 사극 속 장면이 떠오르지만, 이곳은 촬영 세트장이 아니라 삶이 이어지는 현장이다. 성곽과 초가, 장터와 관아가 한데 어우러진 이 특별한 공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역사와 전설이 켜켜이 쌓인 성곽

낙안읍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순천 낙안읍성)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에 위치한 순천 낙안읍성은 삼한시대 마한의 땅이었고, 백제 때는 파지성, 고려시대에는 낙안군의 고을 터로 기능해 온 유서 깊은 장소다.

조선 태조 6년인 1397년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흙으로 토성을 쌓아 방어에 나섰고, 이후 세종 때 돌로 고쳐 쌓았다.

인조 4년인 1626년에는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낙안 군수로 부임해 성을 대대적으로 보수하며 지금의 석성을 완성했다.

낙안읍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순천 낙안읍성)

일각에서는 임경업 장군이 하룻밤 사이에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전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차례의 축성과 중수를 거쳐 완성된 결과다.

넓은 평야 지대에 1~2m 크기의 정방형 자연석을 이용해 높이 4m, 너비 3~4m로 축조했으며, 총길이 1,410m에 달하는 성곽은 동내·남내·서내 세 마을을 감싸는 장방형 구조를 이룬다.

4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끊어진 구간 없이 이어지는 성벽은 웅장한 자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로 1983년 6월 14일 사적 순천 낙안읍성으로 지정되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생활이 이어지는 민속마을의 풍경

낙안읍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순천 낙안읍성)

동문과 서문, 남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서면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용인이나 제주 지역의 전시형 민속마을과 달리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며, 안동 하회마을처럼 특정 계층 중심의 마을도 아니다.

대다수 서민의 삶이 이어져 온 터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이고 친근하다. 남부 지방 특유의 주거 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과 곡선이 아름다운 초가지붕, 섬돌 위 장독이 소박한 멋을 드러낸다.

돌담은 모나지 않고 높지 않아 이웃과 이웃을 자연스럽게 잇고, 담장 너머로 뻗은 호박넝쿨은 어린 시절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낙안읍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순천 낙안읍성)

성곽 위에 오르면 초가 지붕이 빼곡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배경으로 자리한 금전산이 묵직한 존재감을 더한다.

‘쇠 금’과 ‘돈 전’자를 쓰는 금전산의 기운을 받으면 부자가 된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드라마 청춘월담에서 민재이가 사는 마을 배경으로 등장했고, 과거에는 용의 눈물과 태조왕건 촬영지로도 활용되었다.

성 안에는 낙민루가 자리하는데, 남원의 광한루와 순천 연자루와 함께 호남의 명루로 꼽히던 건물로 6·25 전쟁 중 소실되었다가 1987년 복원되었다.

낙안읍성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남 순천 낙안읍성)

골목을 걷다 보면 찹쌀 식혜를 비롯한 간식거리를 만날 수 있고, 천연염색체험장과 옥사체험장, 새끼꼬기와 손수건 염색, 가야금병창 연주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이용시간은 1월과 11~12월 09:00~17:30, 2~4월과 10월 09:00~18:00, 5~9월 08:30~18:30이다.

입장료는 개인 기준 어른 4,000원, 청소년 및 군인 2,500원, 어린이 1,500원이며 20인 이상 단체는 각각 3,000원, 2,000원, 1,000원이다.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주차요금은 무료다. 성곽과 마을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이 역사 공간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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