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예약하는 광주 DRT ‘소년 버스’… 문학과 역사를 잇는 5월 여행 (5·18 민주화운동 따라 걷는 광주 여행)

앱으로 부르면 바로 도착
문학과 역사가 만나는 광주
5·18을 따라 걷는 인문 여행
광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광주광역시 풍경)

“버스가 내 이름을 아는 듯 다가왔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장면은 현실이다. 정해진 시간표도, 지정된 노선도 없다. 그저 앱을 열고 원하는 정류장을 지정하면 ‘소년 버스’가 조용히 그 자리에 나타난다.

광주광역시가 제공하는 이 독특한 이동 수단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엮는 감동을 전한다.

5·18 민주화운동의 흔적과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만나는 인문 여행, 그리고 그 길 위를 달리는 맞춤형 수요응답버스가 바로 그것이다.

시간과 기억을 따라가는 ‘소년의 길’

5월의 광주는 그저 산과 예술로만 기억될 수 없다. 도시 전역이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다. 광주시는 ‘소년이 온다’의 배경을 따라가는 ‘소년의 길’을 새롭게 조성해, 소설 속 주인공 동호의 여정을 걷는 이색 투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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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광역시

이 문화 탐방 코스는 크게 두 개의 길로 나뉜다. ‘소년이 걸었던 길’은 2.1km, 5·18 기록관에서 시작해 전일빌딩 245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생생히 그려낸다.

한편, ‘작가가 걸었던 길’은 1.8km로 구성돼 있으며, 골목길 문화사랑방과 중흥도서관, 전남대학교 등을 포함해 작가의 사유를 따라간다.

특히 중흥도서관에는 동호의 실제 모델이 된 고 문재학 열사의 유품과 한강 작가의 저서가 전시돼 있다.

효동초등학교에는 책 표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으며, 아트컨테이너 전시관에서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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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광역시

전일빌딩 245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작품을 필사한 전시가 열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A4 액션 2025’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버스가 움직이는 대로, 기억도 따라간다”

이 인문 투어의 백미는 단연 ‘소년 버스’다. 광주시는 광주관광공사와 손잡고, 5월 16일부터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이 특별한 교통수단을 운영한다.

이 버스는 일반 관광버스처럼 일정한 루트를 도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가 앱으로 정류장을 지정하면 그곳으로 찾아오는 수요응답형(DRT) 방식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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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광역시

이 덕분에 여행자들은 복잡한 이동 경로나 시간 계획 없이,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운행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이며, 총 9개의 정류장을 순회한다. 노선에는 전남대 정문, 광주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양림미술관 등이 포함된다.

요금은 성인 1700원, 청소년 1350원, 어린이 850원이며, 하루 동안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1일권(3000원)도 마련돼 있다. 다만, 1일권은 환승은 불가하다.

이 버스에 대한 정보는 광주문화관광 공식 누리집 ‘오매광주’와 광주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광주투어버스’ 앱을 통해 탑승 예약도 가능하다.

여행이 아니라 체험이다

5월의 광주는 그저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다. 걸으며 묻고, 보고 느끼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소년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가 아닌 동행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발걸음, 주인공의 눈물, 시민의 기억이 얽혀 있는 광주는 여행자들에게 묵직한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그곳에서 ‘소년 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기억의 퍼즐을 완성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앱 하나로 시작되는 이 여행은 결국 한 도시의 역사와 나의 현재를 연결하는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부르면 온다. 그리고 그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기억으로 가는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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