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지 55년, 드디어 열렸다”… 감탄과 함께 1분 만에 2600명 몰린 여행지

국내 최고 고도, 신비의 샘이 열렸다
55년 만의 첫 공개
생태·지질학 보전 가치 모두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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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한라산 백록샘)

“이곳에 이런 샘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해발 1,675m, 한라산 정상을 향해 걷다 마주한 맑고 차가운 샘물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라산 국립공원 지정 이후 줄곧 일반에 비공개였던 ‘백록샘’이 마침내 55년 만에 그 베일을 벗었다.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샘’이라 불리며 전설처럼 존재했던 백록샘은 그동안 연구·보전 차원에서만 접근이 허용됐고, 언론에조차 단 한 차례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를 맞아 특별 탐방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일반인에게도 드디어 그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냈다.

첫 공개는 지난 5일 전문가 및 언론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일반인 탐방은 7일부터 24일까지 사전 예약을 통해 제한적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접수 시작 1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시스템 오류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26배 넘는 2,600여 명이 몰리면서 일정도 대폭 확대됐다.

국내 최고 고도, 연중 마르지 않는 샘

백록샘은 한라산 영실 입구에서 약 2시간 반에 걸친 산행 끝에 도착할 수 있다.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분기점을 따라 15분가량 걷다 보면, 고요한 숲속에 고즈넉이 자리한 이 샘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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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한라산 백록샘)

백록샘은 하루 평균 210톤의 수량을 자랑하며, 이는 동홍천과 효돈천을 따라 서귀포 쇠소깍까지 약 18km에 걸쳐 흘러 바닷물과 만난다.

생물권지질공원연구과 김종갑 과장은 “1,675m 고도에서 이런 지속적인 수원은 생태학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식물과 동물 모두의 서식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록샘은 용암이 만들어낸 지층 사이로 지하수가 솟아나는 구조로 추정되며,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지질학적 연구 대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후변화의 지표, 구상나무 대표목 첫 공개

백록샘 탐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샘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한라산 생태계를 상징하는 ‘구상나무 대표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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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한라산 구상나무 대표목)

높이 6.5m, 수령 74년의 이 나무는 제주도와 국가유산청이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 대책의 일환으로 지정한 깃대종이다.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절멸 위기’ 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기후변화에 민감한 종이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21만 그루 이상이 자생하고 있으나, 기후위기와 병충해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목은 그 중 유전적 다양성과 생육 조건이 가장 뛰어난 나무로 선별됐으며, 앞으로 한라산 생태계 보전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제한된 공개, 그러나 커지는 관심

이번 탐방 프로그램은 제주도와 국가유산청이 공동 주관하는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의 핵심 콘텐츠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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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한라산 백록샘)

백록샘과 구상나무 대표목을 함께 볼 수 있는 이 탐방은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된 구역을 걸어야 하기에, 안전과 자연 훼손 방지를 위해 예약자에 한해 엄격히 제한된 일정으로 운영된다.

백록샘과 같은 자연 유산은 단순한 관광자원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살아있는 기록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교과서다.

수십 년간 보호돼 온 만큼, 이번 공개가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가능한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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