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티아고 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트레킹 명소

피의 순례지에서 걷는
45.6km의 힐링 여정,
팔공산 한티재를 걷다
산티아고
출처 : 한국관광공사 (한티재)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 1245, 팔공산 자락을 타고 흐르는 한티재는 한국의 대표적인 순례길이자 트레킹 명소로 불린다.

한티재는 팔공산에서 가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있는 고개로, ‘한티’라는 이름은 ‘높고 큰 고개’를 뜻한다.

정상부는 팔공산의 화강암층으로 이루어져 남사면과 북사면 모두 가파르고 굴곡이 심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조성됐다.

산티아고
출처 : 한국관광공사 (한티재)

그 곡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자연의 붓질처럼 아름다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팔공산과 가산 사이를 잇는 이 고갯길은 예로부터 험준한 지형으로 악명이 높았다. 현재는 팔공산 터널이 개통되어 동명에서 군위 부계면까지 차량 이동이 훨씬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한티재는 걷기 좋은 길로 남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특히 이 길은 단순한 등산로나 풍경 감상의 코스를 넘어, 깊은 역사와 종교적 의미가 깃든 ‘한국의 산티아고 길’로 평가받는다.

이유는 한티재가 한국 천주교 박해의 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성지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조선의 천주교 박해 당시, 이 길은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의 피난처였고, 수많은 순교자들의 마지막 길이기도 했다.

산티아고
ㅍ출처 : 한국관광공사 (한티재)

현재 한티성지에는 신분이 확인된 3명의 순교자와 함께 총 40여 명의 유해가 안치돼 있으며, 십자가 모양의 묘비가 세워진 순교자 묘역은 고요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에 띄는 인물로는 조 가를로, 최 바르바라, 조아기 등이 있으며, 순교자 서태순 베드로는 태중교우로 태어나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켰다가 2012년 그의 흔적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조성된 ‘한티 가는 길’은 단순한 종교인의 길이 아니다. 총 5개 구간, 45.6km의 이 순례길은 누구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내면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힐링의 길로 만들어졌다.

한티재는 한국 가톨릭의 대표 성지인 칠곡 신나무골과 연결돼 있으며, 도보 순례자들은 좁은 오솔길을 따라 숲과 계곡을 지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걷기의 진수를 경험한다. 이 길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트레킹 초보자나 일반 관광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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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관광공사 (한티재)

걸음마다 맑은 계곡 소리가 동행하고, 한티성지에 도착하면 마주하게 되는 순교자들의 묘역은 누구든 묵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한때는 오지 중 오지로, 버스 한 대 다니기 힘들던 험한 길이었지만 지금은 재정비를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힐링 코스로 거듭났다.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길과 순례자의 안전을 고려한 하안공사는 물론, 일부 구간은 자동차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체력 부담이 적은 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걷든, 조용한 자연 속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걷든, 한티재의 길은 그 자체로 치유의 여정이다.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 불릴 만큼 신앙과 역사,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이 길 위에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나’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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