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계서원,
고즈넉한 풍경 속 붉은 꽃 물결을 만나다

대구광역시 북구 호국로51길 45-17에 자리한 서계서원은 여름이 되면 배롱나무 꽃이 만개해 고즈넉한 서원의 담장과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습과, 그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뭉게구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 계절의 서계서원은 SNS와 사진 촬영 명소로 주목받으며, 여행객들에게 여름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손꼽힌다.

서계서원은 단순히 꽃이 아름다운 공간을 넘어, 깊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이다. 1781년(정조 5)에 지방 유림의 뜻에 따라 조선 태종 시기 문예관과 대제학을 역임한 학자 오천 이문화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창건되었다.
이후 1801년(순조 1)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싸운 이주 선생을 추가로 배향해 선현을 추모하고 지역 교육의 중심 역할을 이어왔다.
동화천 서쪽에 자리한 이 서원은 ‘서계’라는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을 지니며, 서원 현판은 조선 말기 명필 윤용구의 글씨로 전해진다.
1868년(고종 5)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한때 훼철되었으나, 이후 지역 유림의 노력으로 복원되며 현재까지 그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경내에는 3칸 규모의 사우를 비롯해 신문, 동·서 협문, 3칸의 강학당, 1칸의 서고, 동재와 서재, 주사, 대문 등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어 옛 서원의 구조와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강학당은 ‘화수정’이라 불리며, 1924년에 중건된 건물로 유생들이 학문을 닦던 중심 공간이었다.
동재 ‘금수랑’은 유림의 회합과 학문 토론의 장소로, 서재 ‘희리당’은 유생의 강학 공간으로 사용되었는데, 창포리에 있던 환성정을 옮겨온 건물이다.
유생의 숙소 겸 휴식처로 사용된 서고 ‘부용장’과 향사 때 제수를 마련하는 주사 또한 서원의 고유한 전통과 기능을 보여준다.

지금의 서계서원은 매년 봄과 가을 향사와 함께, 관광객들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여름철에는 특히 배롱나무 꽃이 절정을 이루며 서원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져 특별한 매력을 선사한다.
꽃잎이 수북이 쌓인 돌계단을 걸으며, 붉게 물든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면 고즈넉한 정취와 여름의 생동감이 함께 담긴다.
도심 속에서 짧은 시간으로도 한국의 전통 건축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서계서원은 여름 나들이나 사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여행지다.
역사와 전통을 품은 서원에서 붉은 배롱나무꽃과 함께하는 산책은, 무더운 계절 속 특별한 휴식과 추억을 만들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