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명당이 ‘무료'”… 수령 100년도 넘는다는 배롱나무가 핀 정원

수령 100년을 넘긴 붉은 꽃나무들이
여름을 수놓는 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명옥헌 원림)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에 위치한 명옥헌 원림(鳴玉軒園林, 명승 제58호)은 여름이면 분홍빛으로 물드는 배롱나무 정원으로 전국의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을 불러모은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을 대표하는 정원으로 꼽히는 이곳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민간 정원으로 손꼽힌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까지 활짝 피어나는 수령 100년이 넘는 배롱나무 20여 그루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느다란 나무와 달리 굵고 거친 줄기로 긴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며 장관을 이룬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명옥헌 원림)

명옥헌의 역사는 조선 중기 학자 오희도(吳希道, 15831623)로부터 시작된다. 벼슬에 큰 관심이 없었던 그는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세속을 잊고 사는 집’이라는 뜻의 망재(忘齋)를 지었다.

이후 그의 아들 오이정(吳以井, 16191655)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명옥헌을 세우고 연못과 함께 배롱나무와 적송, 느티나무, 동백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했다.

이때 정자 앞뒤로 마련된 방지원도(方池圓島)형 연못과 계곡에서 흘러드는 물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듯 맑게 울려, ‘명옥헌(鳴玉軒)’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정원은 역사적 일화도 품고 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호남 지방 인재를 찾는 여정 중 후산을 찾아와 오희도를 세 차례 방문한 이야기가 전했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명옥헌 원림)

이때 인조가 타고 온 말을 묶어둔 30m 높이의 은행나무(전라남도기념물 제45호)가 지금도 후산마을에 서 있다.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명옥헌의 긴 세월을 증명하는 또 다른 상징물이다.

여름이면 정자 주변으로 붉은 꽃이 만발해 마치 별세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연못 수면 위로 반사되는 풍경과 아담한 정자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예술가와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황지우의 시 ‘물 빠진 연못’, 심상대의 단편 〈명옥헌〉 등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도 등장하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인공 이영과 라온이 처음 만난 장소로도 알려졌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명옥헌 원림)

명옥헌 원림은 담양오방길 4-2코스 ‘싸목싸목누정길’에 속해 있으며, 입장료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원이다.

방문 시 마을 주민을 배려해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도보로 오르는 것을 권장하며, 이른 아침 방문하면 혼잡을 피해 배롱나무의 붉은 물결과 함께 고즈넉한 정원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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