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피서지 말고, 이런 폭포 어때요?”… 대나무 고개 아래 숨겨진 죽령폭포

단양 깊은 산속, 은빛 폭포가 쏟아진다
소백산 물줄기 따라 마주한 조용한 절경
죽령 옛길 품은 아담한 여름 명소
폭포
출처: 단양군 (죽령폭포)

“도대체 이 폭포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단양 깊은 산속, 나뭇잎 사이로 은빛 물줄기가 조용히 흘러내린다.

특별히 크거나 웅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묘한 매력을 품었다. 바람도 물도 크게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한 흐름 속에서 여행자의 시선을 천천히 끌어당긴다.

소백산 자락에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죽령계곡 물줄기가 나타나고, 그 물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9척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죽령폭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죽령폭포는 단양 제2팔경으로도 손꼽히는 명소다. 위치는 죽령의 중턱 부근, 험한 옛 고갯길 한복판.

여름철이면 녹음이 짙어지고,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물보라 위를 스치며 반짝인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숨겨놓은 듯한 비밀 장소처럼, 조용하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대나무 고개 아래 흐르는 고요한 시간

‘죽령’이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대나무 고개’를 뜻한다. 이 일대는 과거 서울과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를 연결하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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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죽령폭포)

내리막 30리, 오르막 30리, 그리고 아흔아홉 굽이로 이어진 이 고개는 많은 이들에게 긴장의 통로이자 만남의 길목이었다.

지금은 옛 교통로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엔 자연이 남긴 풍경과 조용한 서사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죽령 중턱에 자리한 폭포는 그 중심에서 맑은 물소리를 들려준다.

높이는 2.8미터. 단순히 수치만 보면 소박해 보일 수 있지만, 암반을 따라 흐르는 물살과 그 곁을 감싸는 숲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이 작은 폭포는 뜻밖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주변의 북벽, 금수산, 칠성암과 더불어 함께 즐길 수 있어 일대 여행 코스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단양의 여름은 햇볕이 따갑고 지열이 높지만, 죽령폭포에 서면 전혀 다른 계절처럼 느껴진다.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과 물 안개가 뒤섞이며, 도시에서 쌓인 열기를 순식간에 식혀준다.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여름날 피서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죽령 옛길과 전해 내려오는 설화

죽령폭포는 ‘죽령 옛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는 코스에 있다. 소백산 12자락길 중 세 번째 길인 이 옛길은 희방사역에서 시작해 단양 당동리까지 이어지며 총 12km가량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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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죽령폭포)

걷는 내내 계곡이 동행하고, 길 양옆에는 수백 년 된 나무들과 소백산 능선들이 함께한다.

길을 걷다 만나는 폭포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는 오래된 전설도 전해진다. 신라 시대, 죽령 고개는 도적들이 자주 출몰하던 험지였다. 어느 날 관청에 한 노파가 나타나 도적들을 잠든 틈에 일망타진할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하고 사라진다.

관군은 그 조언대로 도적을 일망타진했고, 이후 사람들은 그 노파가 신령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를 기리기 위해 ‘다자구 할매’라는 이름의 사당이 세워졌고, 지금도 일부 주민들은 그녀를 산신령으로 여긴다. 이처럼 죽령폭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설화와 민속이 함께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름날, 단양에서 만나는 뜻밖의 쉼표

죽령폭포는 크고 화려한 명소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듯한 이 아담한 폭포는,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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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죽령폭포)

특히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죽령 옛길과 연계해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무거운 관광지보다 한적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여름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단양의 죽령폭포는 안성맞춤이다.

위치는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죽령로. 더 자세한 여행 정보는 단양군 관광 홈페이지(www.danyang.go.kr/tou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인근 소백산 국립공원 북부사무소(043-423-0708)를 통해 문의도 가능하다.

올여름, 북적이는 계곡 대신 조용하고 깊이 있는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면, 죽령폭포는 당신에게 가장 조용한 풍경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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