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시간을 품은 집,
딜쿠샤에서 만나는 서울 속 이국적 풍경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에 위치한 딜쿠샤는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에 지어진 서양식 붉은 벽돌 주택으로, 100년 가까운 시간을 품고 있는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유산이다.
‘딜쿠샤(DILKUSHA)’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이며, 이름처럼 이 집은 당대 미국인 부부였던 앨버트 W. 테일러와 메리 L. 테일러가 1924년에 완공하여 삶의 기쁨을 누리던 공간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 이국적 주택은 1926년 화재를 겪은 뒤 1930년에 다시 세워졌고, 이후 일제에 의해 테일러 부부가 추방되면서 오랜 세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딜쿠샤가 다시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2005년, 테일러 부부의 아들 브루스 T. 테일러가 어린 시절의 집을 찾고자 하며 시작되었다.
66년 만에 아버지의 기록을 따라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이곳을 찾아내었고, 이후 딜쿠샤는 문화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2017년에는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이라는 명칭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서울시는 2018년부터 본격적인 복원공사에 착수해 2020년 12월에 원형 복원을 완료하였다. 그리고 2021년 3월 1일, 일반에 개방되는 전시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딜쿠샤 내부는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1층 거실은 저녁식사나 파티를 즐기던 사교 공간으로, 장마철을 고려한 페인트 마감 벽면, 잉글누크 벽난로, 고전적인 괘종시계와 대형 유리문 등이 이국적 분위기를 더한다.
반면, 메리 테일러가 ‘딜쿠샤의 심장부’라 불렀던 2층 거실은 부부의 여가 생활과 미술품 수집의 흔적이 가득한 공간이다.
벽난로 위의 고려청자, 조선식 병풍, 베란다를 덮은 등나무 덩굴이 만들어내는 계절감은 지금의 시선으로도 감각적이다.
이국적인 건축미와 한국 근현대사의 교차점에 선 딜쿠샤는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의 삶과 언론활동, 그리고 역사적 기억을 함께 담고 있는 장소이다.

조용히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는 포토 스팟이자,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여름 도심 여행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딜쿠샤 전시해설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 (https://yeyak.seoul.go.kr) 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전시 해설은 평일 4회 주말 2회로 이루어 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