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아니면 못 볼지도 몰라요”… 여름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할 배롱나무 여행지

사명대사의 호국정신 깃든 산사
표충사에 붉게 물든 여름 끝자락
배롱나무
출처 : 한국관광공사 (표충사)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표충로 1338, 재약산의 푸른 능선 아래 자리한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나라를 지킨 사명대사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찰이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이곳은 불교와 유교가 한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찰 영역 안에는 표충서원이 함께 자리하며, 대광전과 명인루, 원불전, 예제문 등 고풍스러운 전각들이 단아하게 늘어서 있다.

배롱나무
출처 : 한국관광공사 (표충사)

국보 제75호 청동함은향완과 보물 제467호 삼층석탑을 비롯해 석등, 지방문화재, 그리고 사명대사의 유물 300여 점이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 또한 매우 크다.

표충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죽림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이후 영정사로 불리며 오랜 세월을 이어왔다. 1839년, 사명대사와 그의 스승 서산대사, 그리고 기허대사를 모신 표충사당이 이곳으로 이건되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 후기에는 사명대사의 8세 법손인 월파당 천유가 이곳에서 8도 도총섭에 올라 전국 사찰의 규율과 풍기를 바로잡았고, 근대에는 조계종 초대 종정 효봉선사가 주석한 인연도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 역사 깊은 사찰을 찾는 이들이 여름에 특히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는, 전각과 전각 사이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배롱나무꽃 때문이다.

배롱나무
출처 : 한국관광공사 (표충사)

표충사의 배롱나무는 유난히 짙은 선홍빛을 띠고, 꽃송이가 빼곡하게 모여 있어 어느 각도에서나 풍성하고 화려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대광전 앞마당과 명인루 주변은 붉은 꽃과 고건축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위에 붉은 물감을 흩뿌린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배롱나무의 꽃잎은 바람이 불면 나비처럼 흩날리며 전각 계단과 마당 위에 내려앉는다. 가끔은 꽃잎이 돌계단에 포근하게 쌓여 마치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경내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객과 스케치북에 풍경을 담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배롱나무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표충사)

특히 이번 주는 배롱나무꽃의 절정기이자 마지막 시기일 가능성이 높아, 주말 방문이 아니면 이 붉은 장관을 놓칠 수 있다.

표충사는 주차 시설이 편리하고, 경내를 둘러본 뒤 재약산 숲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숲속을 걸으며 들려오는 매미 소리와 꽃잎이 흩날리는 소리는 여름의 끝자락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계절의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표충사에서라면, 올해 여름의 마지막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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