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왕버들 아래서 만나는
보랏빛 물결
성주 성밖숲의 여름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에 위치한 성주 경산리 성밖숲은 한여름이면 전국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조선 중기, 성주읍성 서문 밖에 조성된 이 숲은 어린아이들의 잦은 죽음을 막기 위해 풍수지리설에 따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에는 수령 300년에서 500년에 달하는 왕버들나무 50여 그루가 장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거대한 나무줄기와 굽이진 가지는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간직한 채, 여름이면 싱그러운 초록으로 하늘을 가린다.
성밖숲은 단순한 경관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을을 보호하는 비보림이자 집중호우 시 하천 범람을 막는 기능을 했으며, 마을 사람들의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되어왔다.
숲 가장자리를 따라 약 1km 길이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한 바퀴 도는 데 10~15분이면 충분하다. 나무마다 번호표가 부착돼 있어 각 나무의 개성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특히 주차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1번 나무는 웅장한 크기와 넓은 그늘로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쉼터다.

숲 옆으로는 낙동강 지류인 이천이 흐르며, 자전거길과 조깅 코스가 잘 정비돼 있어 산책과 운동을 함께 즐기기에 좋다.
이곳이 가장 빛나는 계절은 단연 8월이다. 왕버들 아래에 빼곡히 자라는 야생화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면 숲 전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변한다.
초록빛 왕버들과 대비되는 보라빛 꽃물결은 보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고, 아침 햇살이 스며들 때면 더욱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올해도 8월 말이면 성밖숲 전역이 보랏빛으로 물들 전망이며, 이 시기를 맞춰 전국 각지에서 사진동호회와 여행객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바라보거나, 나무 사이를 거닐며 향기와 풍경을 함께 즐기는 것도 좋다.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나무들과 계절의 색이 만들어내는 풍경, 그리고 이천 변의 고즈넉한 물소리가 어우러진 성밖숲은 잠시 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하는 곳이다.
올여름, 카메라를 들고 성밖숲을 찾는다면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