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품은 치유의 숲길
1km 전나무숲이 선사하는 고요
9월 걷기 좋은 명상 여행지

푸른 숲을 가르는 길 위에 서면, 나무들이 만든 높은 천장이 하늘을 가린다. 바람이 잔잔히 스치고, 새소리만이 귓가를 채운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면 도시의 소음은 잊히고 마음은 고요해진다.
강원 평창 오대산 자락, 천년 고찰 월정사 앞에 펼쳐진 1km 전나무숲.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9월에 걸을 때 가장 빛나는 무료 명상 명소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로 오대산 중심부에 자리해 있으며, 국보 팔각 9층석탑을 비롯한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석조보살좌상, 목조문수동자좌상 등은 사찰의 역사적 깊이를 증명한다.

경내에는 본사 외에도 60여 개의 사찰과 8개의 암자가 산재해 있어 오대산 전체가 불교 성지로 기능한다. 그만큼 월정사는 종교적 의미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와 문화적 매력을 동시에 가진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약 1km 구간은 1,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직선으로 뻗은 길은 걷는 이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고르게 하고, 나무들이 만든 초록빛 천장은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 숲길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9월에는 선선한 바람과 짙은 녹음이 어우러져 걷기 좋은 최적의 산책로가 된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사찰 참배 전후에 반드시 이 숲을 걸으며 고요 속 사색을 즐긴다.
월정사는 단순히 참배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운영되는 템플스테이, 일반인을 위한 ‘출가학교’ 등 다양한 체류형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종교적 신념과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사찰 인근에는 약 9만㎡ 규모의 오대산 명상마을 ‘옴뷔(OMV)’가 조성돼 있다. 숙박, 문화체험, 정원, 숲길 등을 갖춘 이곳은 도시 생활에서 지친 이들에게 정신적 회복을 제공한다.
더불어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9km 선재길은 울창한 숲과 평탄한 길이 이어져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대표 코스로 꼽힌다.
월정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없다. 주차 시설도 마련돼 있어 차량 접근이 용이하다. 다만 사찰 특성상 경내 일부 구간에서는 정숙이 요구된다. 템플스테이나 명상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속도를 줄이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다면 9월의 월정사 전나무숲이 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