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멈춘 커피 향기
단비를 기다리는 강릉

짙은 커피 향이 골목마다 번지던 도시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수많은 발길을 불러들이던 축제의 현장은 올해는 고요 속에 머물게 됐다.
기다림으로 채워진 자리는 아쉬움과 함께,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려는 단단한 의지가 함께 자리한다.
계절은 변함없이 깊어가지만, 그 속에서 시민들의 바람은 단 한 가지에 닿아 있다. 모두가 간절히 원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하늘의 물길이다.
전통의 축제, 올해는 멈춘 걸음
강릉을 대표하던 ‘강릉커피축제’가 올해는 열리지 않게 됐다. 2009년 처음 시작해 전국 최초의 커피축제로 자리 잡은 이 행사는 매해 수십만 명이 찾아와 도시 전체를 활기차게 물들여왔다.
커피 애호가뿐 아니라 관광객, 업계 종사자들까지 강릉을 찾으며 ‘커피도시’라는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강릉 시민 18만 명이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주요 상수원이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저수율은 평년치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며,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어 연일 최저치를 새로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모든 역량을 물 절약과 생활 안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축제를 기다려온 많은 분들이 실망하실 것 같지만, 현재는 시민들과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4년 만의 방류와 기우제

물 부족 사태는 지역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릉시는 급수 제한에 들어가며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24년간 멈춰 있던 평창 도암댐의 도수관로를 다시 열어 시험 방류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은 지난 2001년 강릉남대천 수질 문제로 중단된 이후 처음이다.
하루 1만 톤씩 공급될 경우 단기적 해갈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수질 안정성 검증이 남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가뭄의 장기화는 행정적 대응뿐 아니라 전통적인 방식의 기우제까지 불러왔다. 강릉 안목 어촌계는 솔바람다리 위에서 용신기우제를 열며 간절한 마음을 하늘에 전했다.
단비 예보에 거는 희망

다행히도 기상청은 가까운 시일 내 비 소식을 전했다. 오는 12일 밤부터 13일까지 강릉을 포함한 동해안에 10~40밀리미터가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내륙과 산지는 그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예상되며, 가뭄으로 지친 땅에 단비가 스며들기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다.
강릉의 축제는 올해 멈췄지만, 커피의 향기는 여전히 도시 곳곳에 머물러 있다. 바람결에 스며드는 향기와 함께 시민들의 바람 또한 하늘을 향해 닿아가고 있다.
축제가 멈춘 빈자리를 단비가 채워주기를, 그리고 다시금 커피 향 가득한 축제가 열리기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