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걷기 좋은 여행지 찾는다면”… ‘연천 호로고루’ 무료 개방 역사 성곽길

걷기 좋은 한적한 성곽길
무료로 즐기는 역사여행
임진강 풍경과 함께하는 산책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호로고루, 저작권자명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

높게 솟은 절벽 위에 자리한 성곽은 묵묵히 세월을 버텨왔다. 바람이 머무는 자리에 서면 강줄기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사람들의 발길은 많지 않아 고요함이 먼저 스며들고, 그 속에서 오래된 이야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특별한 입장료 없이도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여행지다.

임진강 절벽 위의 고구려 성곽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호로고루)

연천 호로고루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 위치한 고구려의 평지성이다. 개성과 서울을 연결하는 길목이자, 임진강의 지류가 합류하는 지형적 요충지 위에 세워졌다.

현무암 절벽 위 삼각형 대지에 자리해 강을 건너는 길목을 감시하기에 유리한 위치였다. 이곳은 『삼국사기』에도 기록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호로고루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지형이 표주박이나 조롱박을 닮아 붙여졌다는 설과, ‘홀(고을)’과 ‘구루(성)’가 합쳐졌다는 설명이다.

어느 쪽이든 지역과 역사에 뿌리 깊게 연결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당포성과 은대리성과 더불어 경기 북부의 3대 평지성으로 꼽히며, 당시 고구려의 방어 전략을 짐작하게 한다.

축성 방식과 발굴 성과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호로고루)

호로고루의 전체 성벽 길이는 약 401미터에 달한다. 남벽은 160미터 남짓, 북벽은 146미터 정도이며, 동벽은 90여 미터에 이른다.

내부 면적은 약 600제곱미터로 크지 않지만, 임진강을 내려다보는 28미터 높이 절벽 위에 자리한 덕분에 방어력이 뛰어났다.

특히 동쪽 벽은 여러 차례 흙을 다져 쌓은 뒤 돌을 올려 토성과 석성의 장점을 모두 살린 축성술이 적용되었다.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호로고루)

2000년대 초반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의 기단과 판축 구조가 확인되었으며, 초기에는 목책 단계가 있었음도 밝혀졌다.

발굴 과정에서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고구려 특유의 기와류는 물론, 토제 모형과 도량형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 곡물의 흔적과 동물 뼈 등이 발견되어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금동불상과 화살촉 등은 전쟁과 신앙이 공존했던 당시의 풍경을 보여준다.

역사와 산책이 어우러진 여행지

연천
출처: 한국관광공사 (연천 호로고루, 저작권자명 열린관광서포터즈)

호로고루는 현재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역사 속 공간을 거닐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주차가 가능해 접근성도 좋다. 다만, 휠체어나 반려동물 출입은 제한되어 있으니 참고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어, 역사 공부를 겸한 산책이 가능하다.

성벽 위에 오르면 임진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바뀌는 강과 숲의 풍경은 조용한 산책길의 배경이 된다.

인파로 붐비는 관광지와 달리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걸으며 옛 고구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역사와 자연이 만나는 자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면, 시간의 두께를 따라 흐르는 풍경이 고요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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