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은 마을 여행길
주민이 전하는 이야기의 힘
체험으로 만나는 제주의 얼굴

한적한 마을의 길을 걷다 보면 바람결에 실려 오는 소리에도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오래된 돌담 너머로 전해지는 삶의 흔적은 관광지의 화려함과는 다른 울림을 남긴다.
낮은 지붕 아래 펼쳐진 마당에는 여전히 생활의 숨결이 이어지고, 길가에 선 오래된 나무는 세월의 증인이 되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행은 때로 새로운 풍경보다 낯선 이의 목소리에서 더 깊은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제주의 세 마을이 바로 그러한 경험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주민이 이끄는 특별한 마을 여행

제주시는 최근 와산리, 상귀리, 조천리 세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 참여형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단순한 관람이 아닌,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듣고 체험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이 해설사로 나서 자신의 마을 이야기를 전하며, 제주의 일상과 전통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와산리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길 투어’가 운영된다. 중산간의 고즈넉한 길을 걸으며 사랑을 주제로 한 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도자기 공예와 천연 염색 체험도 마련돼 있다.

상귀리에서는 ‘두근두근 트멍길 투어’가 진행되며, 옛길을 따라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만나고 인두화 공예나 돌담쌓기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조천리에서는 ‘펠롱펠롱 마을로 꼬닥꼬닥 단물길 투어’를 통해 용천수와 함께 살아온 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재활용품으로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향토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여행자에게는 낯선 마을의 이야기를 배우는 시간이 되고, 주민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소개하는 자긍심의 자리가 된다.
마을마다 만나는 다채로운 명소

와산리에서는 감귤 따기 체험으로 유명한 보메와산 감귤농장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감귤을 직접 수확할 수 있으며,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농장에서 바로 맛보는 신선한 감귤의 맛은 물론, 청 만들기 체험도 운영돼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상귀리에는 역사의 흔적을 품은 월영사가 있다. 파군봉에 자리한 이 사찰은 고려 시대 삼별초의 항전지와도 연결돼 있으며, 4·3사건의 상처 속에서도 다시 세워진 사찰이다.

법당 안에는 조선시대 불상인 목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어, 제주의 역사와 불교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조천리에는 바닷가에 세워진 정자인 연북정이 있다. 조선시대 선조 때 지어져 오랜 세월 관문 역할을 해왔으며, 순풍을 기다리는 이들의 쉼터로도 쓰였다.
지금도 푸른 바다를 마주한 정자에 서면 옛사람들의 발걸음이 떠오른다.
체험과 이야기로 채우는 여행

세 마을의 여행 프로그램은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이 직접 전하는 목소리와 생활 체험이 더해져, 관광객은 마을과 한층 가까워진다.
돌담을 쌓고, 감귤을 따고, 바닷가 정자에 서서 바람을 느끼는 순간마다 제주의 시간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청과 문의는 제주착한여행을 통해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제주시 관광진흥과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일상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이 마을들의 이야기는, 제주 여행의 또 다른 풍경을 열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