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단 10분, 걸어서 가는 섬”… 울산에서 무료로 즐기는 힐링 여행

바다와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섬
걷기 좋은 해안산책 명소
무료로 즐기는 울산의 자연
울산
출처: 한국관광공사 (울산 슬도 등대)

해가 바다로 기울며 물드는 노을빛이 바위를 감싸면, 바람이 바다를 건너 슬도의 바위에 속삭이듯 부딪힌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현악기의 선율처럼 부드럽고 단단하다. 잔잔한 바다와 그 위를 비추는 햇살, 그리고 홀로 서 있는 등대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자연의 정직한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오는 곳, 그곳이 바로 슬도다. 바다의 노래가 귀를 적시고,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세월의 속도를 잠시 잊게 된다.

바위섬 위로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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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울산 슬도,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울산 동구 방어진항 끝자락에 자리한 슬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그만 바위섬이다.

섬의 대부분이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위 곳곳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이는 오랜 세월 조개류가 바위 속으로 파고들며 만들어낸 흔적이라 전해진다.

이 바위들이 거센 파도와 맞닿을 때마다 마치 거문고 줄을 퉁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고 한다. 그래서 ‘거문고 섬’이라는 뜻의 이름, 슬도(瑟島)가 붙었다.

바다에서 바라본 슬도의 형상은 시루를 엎어놓은 듯해 ‘시루섬’이라 불리기도 하며, 바위 표면의 요철이 왕곰보를 닮아 ‘곰보섬’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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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울산 슬도,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섬 주위를 감싼 파도소리가 더욱 깊고 풍부하게 울려 ‘슬도명파(瑟島鳴波)’라 불리는 절경을 이룬다. 이는 예로부터 방어진 12경 중 하나로 꼽혔다.

슬도는 방어진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섬을 지키는 무인등대가 195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그 곁으로 파도와 갯바람이 쉼 없이 스쳐간다.

섬 주변은 수심이 얕고 암초가 흩어져 있어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숨은 명당으로 알려져 있고, 인근에는 활어직판장과 횟집이 즐비해 신선한 바다의 맛을 바로 즐길 수 있다.

바다 따라 걷는 슬도해안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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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울산 슬도,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슬도와 대왕암공원을 잇는 해안산책로는 지역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코스다.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이 길은 약 4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해안선을 따라 몽돌 해변과 전망대, 쉼터가 이어지며, 걷는 내내 동해의 푸른 물결이 시야를 채운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파도소리가 귓가를 맴돌면,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해안가를 수놓아 마치 제주도의 돌담길을 연상케 한다.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팜파스와 코키아가 바람에 흔들리며 계절의 정취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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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울산 슬도, 저작권자명 유니에스아이엔씨)

방문객들은 “슬도에선 해질녘 바다소리가 유난히 아름답다”거나 “아이들과 게를 잡으며 놀기 좋다”는 반응을 남긴다. 그만큼 세대와 계절을 불문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슬도해상소공원에는 길이 43m의 경관교량이 설치되어 있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준다.

교량 입구에는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형 친수공간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어미 고래가 새끼 고래를 업은 형태의 대형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진 명소로도 손꼽히는 이 조형물은 울산이 고래의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료로 즐기는 울산의 해안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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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울산 슬도,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슬도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무료 여행지다.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접근성도 좋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한 걸음만 바다 쪽으로 옮기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파도와 바람, 그리고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한다.

주변에는 대왕암공원이 인접해 있어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공원 내 해송 숲길과 해안 절벽, 그리고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코스는 자연의 웅장함을 가까이서 느끼기에 충분하다.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이자, 바다의 노래가 들려오는 작은 섬 슬도.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늘도 등대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는 거문고의 현처럼 잔잔히 울리고, 그 소리는 여행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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