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인데 이렇게 예쁘다고?”… 정읍 ‘정읍사공원’ 핑크뮬리 절정 맞은 가을 여행지

핑크빛 가을에 물드는 정읍의 산책
백제의 노래가 흐르는 공원
무료로 즐기는 정읍의 가을 정원
정읍
출처: 한국관광공사 (전북 정읍 정읍사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심철)

바람이 서늘해질 무렵, 전북의 한 공원에선 색다른 계절의 문이 열린다. 초입부터 분홍빛 안개가 피어오르듯 펼쳐진 풍경이 방문객의 시선을 붙든다.

바람이 스치면 풀잎마다 일렁이는 핑크빛 물결이 일순간 환상을 그린다. 누군가는 이곳을 ‘이상한 나라의 문’이라 불렀다.

꽃잎이 아닌 얇은 잎사귀들이 모여 만든 분홍빛 융단 위를 걷다 보면, 어느새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하다. 이곳이 바로 정읍사문화공원이다.

백제의 여인을 품은 공원, 정읍사문화공원

정읍
출처: 한국관광공사 (전북 정읍 정읍사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심철)

정읍사문화공원은 백제시대의 향가 ‘정읍사’를 주제로 조성된 역사공원이다. 행상 나간 남편을 그리며 기다리던 여인의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공원 한가운데엔 그 상징인 망부상이 세워져 있다.

1986년에 화강암으로 세운 이 조각상은 양손을 모은 채 서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고구려 복식에서 유래한 저고리 단과 머리모양을 재현하고 있다.

그 앞에는 ‘정읍사 노래비’가 자리해 백제 여인의 애절한 정서를 노래로 전한다. 이 사연을 기리는 정읍사 사우에서는 매년 제례가 열리며, 여인의 절개와 기다림의 미덕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공원에는 또한 사랑의 계단, 사모정, 이야기 벽, 야외공연장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과거의 정서를 오늘의 문화로 이어주는 살아 있는 역사공원이다.

핑크뮬리로 물드는 달빛사랑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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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전북 정읍 정읍사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심철)

매년 가을, 정읍사문화공원은 분홍빛 억새의 축제장으로 변한다. ‘정읍사 달빛사랑숲’이라 불리는 이 구역에서는 10월 한 달간 핑크뮬리가 절정을 맞는다.

10월 초 기준으로 80% 이상 개화하며, 해질녘이 되면 부드러운 노을빛이 더해져 풍경이 한층 깊어진다.

다만 뒷산의 그늘이 드리우는 오후 3시 이후에는 햇살이 줄어들어 사진을 남기기 어렵다. 오전이나 이른 오후, 특히 아침 햇살이 비출 때가 가장 아름답다.

공원에서는 가을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달빛사랑숲이 개방되며, SNS 인증이나 설문 참여 시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달빛 아래에서 즐기는 정원 산책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단,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무이므로 방문 전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책과 휴식을 모두 담은 시민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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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전북 정읍 정읍사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심철)

정읍사문화공원은 도심 가까이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다. 공원 안에는 유아숲체험원과 잔디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유모차와 휠체어의 이동도 가능하지만 경사가 있는 구간은 주의가 필요하다. 자전거나 킥보드 이용은 제한되며, 영유아의 경우 보호자 동반 하에만 가능하다.

산책 후에는 공원 내 매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즉석라면이 특히 인기가 많다. 매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비가 오는 날에는 휴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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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전북 정읍 정읍사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심철)

또한 공원 가장자리에 위치한 ‘소원사진관’에서는 QR코드로 사진을 전송하면 AI 기술을 활용해 특별한 기념사진으로 변환해준다.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가을의 정읍사문화공원은 단순한 꽃 구경을 넘어, 역사와 자연, 그리고 현대의 감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료로 누리는 정읍의 가을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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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전북 정읍 정읍사공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심철)

무엇보다도 정읍사문화공원의 매력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가을 정원’이라는 점이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굳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

분홍빛 풀밭 사이로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백제 여인의 기다림처럼 조용하고도 깊은 가을의 정취가 마음에 스민다.

역사의 향기와 자연의 색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누구나 잠시 멈춰 설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을의 정읍은 그렇게, 한 폭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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