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20분 거리에서 이런 풍경이?”… 세종 ‘영평사’, 가을산책 명소로 급부상

세종의 산사에서 만나는 가을의 고요
구절초 향기 따라 걷는 마음의 길
꽃으로 계절을 품은 절, 영평사
세종
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가을의 문턱에 서면 마음은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도시의 소음이 희미해질 만큼 멀리, 산 속 깊은 곳으로 향한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있다.

세종의 장군면, 부드럽게 굽이진 산길 끝에서 만나는 절집 하나. 기와지붕 위로 내려앉은 햇살은 따스하고, 돌계단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청명하다.

겹벚꽃이 봄의 정취를 전하던 그 자리에, 가을이면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나 세상을 덮는다. 이 고요한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말없이 머무른다. 그곳이 바로 세종 영평사다.

꽃이 머무는 산사, 영평사의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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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산학리, 장군산 자락에 자리한 영평사는 오래전 조선 후기 무렵에 세워진 사찰로 알려져 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이며, 세종시 전통사찰 제7호로 지정되어 있다.

1987년 환성 스님이 중창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그 이름에는 ‘모든 이가 평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는 서원이 담겨 있다.

이 절은 계절마다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겹벚꽃이 경내를 뒤덮고, 여름에는 초록이 짙어 산새가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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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그리고 가을이 되면 사찰 안팎이 온통 구절초로 물든다. 특히 10월이면 장군산 자락이 하얀 꽃물결로 출렁이며, 이 시기에는 영평사를 중심으로 구절초 축제가 열린다.

하늘빛과 어우러진 꽃밭 사이로 풍경소리가 퍼지고, 그 속에서 걷는 이의 발걸음마저 한결 느려진다.

경내로 들어서는 길은 완만하고, 주변은 정갈하게 정비되어 있다. 주차장부터 대웅전까지 이어지는 길가에는 오래된 소나무와 돌탑이 어우러져 있어 걷는 동안에도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진다.

대웅전 앞에 서면 멀리 세종의 들녘이 내려다보이고, 바람은 구절초 향을 머금은 채 부드럽게 스친다.

마음이 쉬어가는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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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영평사는 화려함보다 담백함으로 마음을 끈다. 절의 이름에는 ‘스승이 머무는 도량에서 중생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그저 머물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기운이 느껴진다. 스님들은 “절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 사찰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템플스테이도 운영된다. 잠시 머물며 명상을 하고, 스님과 차담을 나누거나 사찰의 일과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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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당일 프로그램부터 휴식형까지 선택의 폭이 넓으며, 가을철에는 전통 낙화놀이와 연계된 문화 행사도 열린다. 그때면 사찰은 빛과 소리로 물들어 한층 더 고요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의 발길도 꾸준하다. 세종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절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라며, 대웅전 앞에서 바라보는 산세가 주는 위안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들은 “가을이면 사찰 앞마당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둘레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쯤이 훌쩍 지난다”고 전했다.

세종의 가을을 닮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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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영평사는 세종시에서도 접근이 편한 사찰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한 걸음만 들여서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자동차로 장군면 산학리의 작은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그 끝에 아담한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 후 경내까지는 도보로 5분 남짓, 길가엔 단풍이 붉게 타오르고 산새 소리가 잔잔히 들린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산책 삼아 찾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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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세종 영평사,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정기영)

이곳의 가을은 조용하다. 구절초가 활짝 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끝마다 꽃잎이 흩날리고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절 마당 한쪽에 앉아 있으면 풍경소리와 바람 소리가 섞여 하나의 선율처럼 들린다.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고요, 그것이 영평사가 전하는 가장 큰 선물이다.

세종의 영평사는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머물고 싶은 고요가 있고,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의 여백이 있다.

가을날 산책하기 좋은 한적한 곳을 찾는다면, 장군산 자락의 이 작은 사찰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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