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끝나자 분위기 확 달라졌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새 단장 후 첫 가을 현장

천년의 숨결 머금은 거목
가을빛으로 깨어나는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에서 만나는 금빛 계절
은행나무
출처: 뉴스1 (지난 23일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가을은 느리게 내려앉는다. 바람 끝이 선선해지고, 들녘의 색이 옅어질 무렵,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조금씩 빛을 품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을 품은 그 나무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며, 가지 끝에서부터 황금빛을 번져 올린다.

수많은 세월을 견딘 존재가 다시 한 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모습, 그 앞에 서면 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춘 듯하다. 이곳은 강원 원주 문막읍의 ‘반계리 은행나무’, 천년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생명의 나무

은행나무
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절정기 모습)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저리2길 42, 조용한 마을 어귀에 자리한 반계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된 국내 최고령 은행나무다.

나이는 약 13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33미터에 달하는 그 웅장함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줄기 둘레만도 16미터에 이르러, 몇 사람이 손을 잡아야 겨우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은행나무
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절정기 모습)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나무는 고려시대 성주 이씨의 선조가 심었다는 설과, 한 승려가 지팡이를 꽂아 두고 떠난 뒤 그것이 나무로 자라났다는 전설이 함께 전해진다.

나무 속에는 흰 뱀이 살고 있어 지금까지 상처 없이 자라났다고 여겨져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시해왔다.

또 가을에 잎이 한꺼번에 물들면 풍년이 든다고 믿어 매년 이 계절이면 많은 이들이 풍요를 기원하며 나무 앞을 찾는다.

새단장을 마친 광장, 다시 열린 길

은행나무
출처: 뉴스1 (지난 23일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반계리 은행나무 주변은 최근 대대적인 정비를 마치고 새롭게 단장됐다.

원주시청 관광개발팀은 지난 여름부터 이어진 공사를 마무리하며, 관람객들이 보다 편하게 나무를 둘러볼 수 있도록 광장과 진입로를 재정비했다.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길은 깔끔하게 포장되어 걷기 한결 수월해졌고, 넓어진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여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은행나무
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절정기 모습)

한 여행객은 “공사 중이라 못 볼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관람이 가능해 놀랐다”며 “예전보다 훨씬 넓고 깨끗해져서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기 좋다”고 전했다.

실제로 나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다른 모습이 펼쳐져,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이 된다.

가지가 사방으로 30미터 넘게 뻗어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그림처럼 달라지는 모습은 이곳만의 묘미다.

노랗게 물드는 순간, 다시 찾고 싶은 이유

은행나무
출처: 뉴스1 (지난 23일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10월 중순 현재, 반계리 은행나무는 머리끝에서부터 조금씩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다. 완연한 단풍의 절정은 아직이지만, 그 웅장한 자태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잎사귀가 본격적으로 금빛으로 변하는 시기에는 나무 아래로 떨어진 낙엽이 노란 융단처럼 깔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특히 올해는 새로 조성된 광장에서 그 아름다움을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노란빛이 나무 끝에서부터 내려와 가지마다 퍼질 때면, 천년의 시간마저 빛으로 물드는 듯하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으며, 관람은 무료다. 주차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이 편리하고, 주변 산책로 또한 잘 정비되어 있다.

은행나무
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절정기 모습)

문의는 원주시청 관광과(0507-1430-2808)로 가능하며, 방문 전 현장 상황이나 단풍 시기, 광장 이용 관련 안내를 미리 확인하면 더욱 여유롭고 알찬 관람이 될 것이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천년의 생명을 품은 존재이자, 세대를 넘어 이어진 마을의 상징이다.

지금 이 계절, 반계리의 하늘 아래에서 서서히 금빛으로 깨어나는 그 나무를 마주한다면, 오래된 시간과 새로운 오늘이 맞닿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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