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국화 정원, 밤엔 불꽃의 향연”…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에서 가을이 완성된다

가을 향기 따라 걷는 마산의 길
국화에 물든 바다 도시의 축제
잠시 머물고 싶은 계절의 정원
창원
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저작권자명 창원시청 관광과 구도와)

바람이 한결 서늘해지고, 저녁빛이 유난히 길게 남는 계절이다.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공기 속에 묘한 향이 배어든다.

이 향은 단순한 꽃내음이 아니라, 오래된 도시의 시간과 함께 피어난 가을의 정취다.

그 길 끝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수만 송이의 국화가 물결처럼 피어나며, 사람들을 부드럽게 불러 모은다. 그곳에서 비로소, 가을의 절정을 만날 수 있다.

가을, 국화로 물드는 마산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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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창원시 (2025 마산가고파국화축제 행사 포스터)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제25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가 11월 1일부터 9일까지 9일간 열린다.

‘국화에 이끌려 가을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주무대인 3·15해양누리공원은 ‘여행의 시작(Voyage)’을 테마로, 공항을 연상시키는 비행기와 탑승구 모양의 국화 조형물이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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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저작권자명 창원시청)

형형색색의 국화꽃이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장관 속에서, 관람객은 마치 한 편의 여행을 시작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

합포수변공원은 뉴트로 감성을 입은 또 다른 축제의 무대다. 청년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조성된 구(舊) 홍콩풍 감성포차에서는 낮에는 커피 향이, 밤에는 국화향과 함께 어우러진 음악이 흐른다.

마산 앞바다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규모 공연과 다양한 먹거리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국화, 그 향기 속의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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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저작권자명 창원시청)

마산은 우리나라 국화 산업의 뿌리를 간직한 도시다. 1960년대 초, 회원동 일대의 여섯 농가가 시작한 상업 재배가 지금의 대규모 산업으로 발전했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양액재배 기술이 결합해 전국 재배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현재도 국내외로 수출되는 우수 품종의 국화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00년부터 이어져 온 마산국화축제는 단순한 꽃 축제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자부심이 녹아 있는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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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저작권자명 창원시청 관광과 구도와)

매년 개화 기록을 경신하는 다륜대작 ‘천향여심’은 기네스북에도 오른 상징적인 작품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올해 축제는 특히 야간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운영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하고, ‘바다빛 국화시네마’라는 새로운 체험형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해변 데크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국화빛 조명과 영화가 어우러져,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밤바다 위의 향연, 그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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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저작권자명 창원시청 관광과 구도와)

축제의 개막은 11월 1일 저녁 7시,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시작된다. 700대의 드론이 가을 하늘을 수놓으며, 초청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낮에는 군악대와 로봇랜드 공연팀이 함께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되어 도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물든다.

이튿날에는 대학생과 직장인 밴드가 참여하는 ‘국화 인디뮤직 페스타’가, 5일에는 다채로운 불꽃쇼가 준비되어 있다.

이어 8일에는 스포츠 응원단과 대학 댄스팀이 펼치는 ‘국화 댄스&치어리딩 페스티벌’이 열린다.

축제장 주변에서는 지역 상인회가 주관하는 마산항 밤바다축제, 창동 라면축제 등도 함께 진행된다. 방문객은 공연을 즐기며 지역 특산 음식인 아구찜과 장어구이로 미각의 즐거움까지 채울 수 있다.

향기로운 가을, 그 중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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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남 창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저작권자명 창원시청 관광과 구도와)

마산가고파국화축제는 창원의 가을을 대표하는 행사이자, 도시의 계절 정취를 가장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형형색색의 국화 속을 거닐다 보면, 오랜 세월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손끝과 마음이 꽃잎마다 스며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 축제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계절이 주는 여유와 감성이 어우러진 한 편의 시와 같다.

올해의 국화 향기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가을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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