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20명만 입장 가능?”… 천연기념물 삼척 ‘대금굴’, 진짜 살아있는 자연 박물관

천연기념물 속 숨은 신비
모노레일로 만나는 지하의 세계
세상에 단 하나의 이색 여행지
삼척
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지상에서 바라본 산의 풍경이 웅장하다면, 그 아래에 숨은 세계는 더욱 신비롭다.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수천만 년의 시간이 흘러 만들어낸 대자연의 조각품이 있다.

물소리와 바람이 공명하며 만든 이 공간은,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채 긴 세월을 품어왔다.

그리고 그 문이 열리는 순간, 이곳을 향한 모든 발걸음은 경외로 바뀐다. 강원 삼척의 대금굴이 바로 그곳이다.

5억 년의 시간이 만든 지하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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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모노레일, 저작권자명 삼척시 관광정책과 최다은)

대금굴은 약 5억 3천만 년 전, 고대 바다 속에서 형성된 조선누층군의 암석층이 지각 변동을 겪으며 생겨난 거대한 석회동굴이다.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동굴 내부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복잡하게 얽혀 신비로운 풍경을 이룬다.

특히 지하를 흐르는 막대한 양의 동굴수가 근원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곳에서 솟아나, 여러 개의 폭포와 호수를 만들고 있다.

동굴 안은 자연의 조형미를 간직한 채, 인간의 탐험 정신과 과학의 힘으로 일부만 공개되었다.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오직 직접 눈으로 본 이들만이 그 장엄한 풍경을 기억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이 오히려 대금굴의 신비를 더욱 깊게 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는 지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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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모노레일, 저작권자명 삼척시 관광정책과 최다은)

대금굴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모노레일’로만 접근이 가능한 동굴이다. 탐방객은 산 중턱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천천히 지하 세계로 이동한다.

이 시스템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하루 720명만 입장이 허용된다.

입장은 최소 하루 전 온라인 예매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예약 없이 방문할 경우 입장이 불가하다.

제한된 인원만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이기에, 대금굴 탐방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특별한 시간’을 예약하는 일과도 같다.

발견의 순간, 그리고 보존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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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대금굴의 발견은 우연이 아닌 집념의 결과였다. 1980년대부터 덕항산 물골계곡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던 우국제 대표는 장마 후 불어나는 용천수와 땅속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소리를 듣고 동굴의 존재를 직감했다.

그의 제안으로 2000년부터 본격적인 탐사가 시작되었지만, 수년간의 시도 끝에야 동굴의 입구가 드러났다.

2003년, 탐사팀은 수직으로 이어진 좁은 통로를 따라 100미터 넘게 내려가며 지하 폭포를 발견했고, 이어지는 호수와 석회층의 신비로운 지형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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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수많은 위험을 무릅쓴 탐사 끝에 대금굴은 2007년 6월, 긴 침묵을 깨고 세상과 만났다.

현재 대금굴의 일부는 여전히 미개방 구역으로 남아 있다. 이는 동굴의 자연 생성물이 아직도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길을 멈추고 남겨둔 그 공간은, 미래 세대가 이 신비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도록 한 자연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하다.

대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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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대금굴을 품은 삼척의 대이리 동굴지대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동굴군으로,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대금굴 외에도 환선굴, 관음굴이 인근에 있어 함께 탐방하면 동굴 지형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다.

겨울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여름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며, 매월 18일은 휴관일이다.

입장료에는 모노레일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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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강원 삼척 대금굴)

인위적인 조명보다 자연의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돌기둥과 폭포의 윤곽을 마주하는 순간, 관람객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대금굴은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의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의 장소’다.

지상의 풍경을 넘어, 땅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곳. 강원 삼척의 대금굴은 그 자체로 자연이 만든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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