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은행나무가 만든 가을의 끝”… ‘무료’로 즐기는 힐링 명소, 안동 광흥사

지금만 볼 수 있는 황금빛 정원
고요한 산사에 물든 가을의 정취
단풍 대신 은행잎으로 물드는 시간
안동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안동 광흥사 은행나무)

학가산 자락의 공기가 한결 차가워지는 이맘때면, 깊은 산속에서 노랗게 빛나는 나무 한 그루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바람이 불면 수천 장의 잎이 흩날리며 금빛 비가 내리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절의 고요함은 그 속에서 한층 더 깊어진다.

사찰의 종소리도 잠시 머뭇거릴 만큼 장엄한 풍경은 오래된 시간의 무게와 함께 눈앞에 선다. 이곳은 지금, 그 짧은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학가산 품은 천년고찰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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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광흥사)

광흥사는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학가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사찰로, 신라 신문왕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치며 큰 사찰로 발전했으나, 오랜 세월과 함께 본래의 건물들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현재는 부속 건물이던 응진전을 중심으로 사찰의 중심 법당 역할을 하고 있다.

응진전은 정면 다섯 칸, 측면 두 칸의 규모로 팔작지붕을 올린 형태다.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 촘촘히 장식되어 전통 목조건축의 정갈한 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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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광흥사)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이 봉안되어 있으며,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이 밖에도 과거 광흥사에는 조선시대 범종과 불경 등 귀중한 문화재가 있었으나, 현재는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절의 일주문을 지나면, 사찰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온 존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바로 400년 넘은 은행나무다.

400년 은행나무가 물들이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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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안동 광흥사 은행나무)

광흥사의 은행나무는 안동의 대표적인 가을 명소로 꼽힌다. 수령 400년이 넘은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가을이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절 입구를 지키듯 서 있는 거대한 나무는 가지 하나하나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보는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특히 11월 초, 나무가 절정을 맞이하는 시기에는 바람결에 흩날리는 은행잎이 마치 노란 비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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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광흥사)

햇살이 닿을 때마다 반짝이는 빛의 결은 사찰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동의 다른 단풍 명소들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쌓인 고요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한적한 산책길에서 만나는 황금빛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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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광흥사)

광흥사로 향하는 길은 시골길을 따라 이어진다. 도심의 소음이 점점 멀어지고 산기운이 가까워질수록, 길가에 스며든 노란빛이 천천히 진해진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은행나무는 마치 가을의 신호탄처럼 눈부시다. 사찰의 일주문을 지나면, 그 거대한 은행나무 아래로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진다.

사람 하나가 서면 한없이 작아 보일 정도의 규모는 자연이 만들어낸 위용을 실감하게 한다.

오래된 나무의 굵은 줄기에는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고, 바람 한 줄기에도 잎사귀들이 부드럽게 떨리며 계절의 끝자락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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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안동 광흥사)

11월 초순이면 은행잎이 절정을 이루고, 그 후로는 바닥이 황금빛 융단처럼 변한다. 발밑에 깔린 잎을 밟으며 걷는 산책길은 그 자체로 깊은 휴식이 된다.

광흥사는 입장료 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절 앞에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조용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는 황금빛 풍경은 잠시의 여유와 함께 마음을 맑게 씻어준다.

가을의 끝자락, 소란한 단풍 대신 고요한 은행잎 아래에서 머물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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