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성당의 가을 풍경
가까이에서 만나는 춘천의 역사
잠시 머물기 좋은 단풍 여행지

한적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돌담 사이로 은은히 스며드는 빛이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바람 끝에 묻어오는 흙 향은 계절이 내린 쉼표처럼 느껴지고, 그 위로 종탑의 실루엣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오래된 공간이 주는 깊이와 주변의 고요함이 겹쳐지며 마음 한편이 차분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풍경의 정체가 무엇인지 금세 알 수는 없지만, 발걸음은 어느새 그곳을 향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렇게 다가가 보면 비로소 오늘 여행의 목적지가 고요히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가을빛이 스며든 춘천의 첫 성당

춘천을 대표하는 이 성당은 지역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천주교 성당으로, 풍수원 성당 본당에서 분리되며 역사가 시작되었다.
춘천역에서 시내버스로 짧게 이동하면 닿을 수 있어 당일치기 일정에도 무리가 없다. 언덕 초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두 팔을 넓게 펼친 채 서 있는 청동 예수 성심상이다.
높고 넓은 조형물이 포근하게 공간을 감싸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시선을 자연히 이끌어 준다. 성심상 바로 뒤로 이어지는 길에는 성가정 조각상이 자리해 방문객을 차분히 맞이한다.
주변 단풍나무가 늦가을 색을 머금으면 회색 석재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단풍이 절정일 때는 성당 앞마당 전체가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을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한층 높아진다.
성당을 채운 미술 작품과 고요한 회랑

성당 내부로 향하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따스하게 번지며 분위기를 잡아 준다.
본당 창문마다 다른 색의 유리가 놓여 있어 내부를 은근하게 밝히고, 벽면 사이에는 예수의 수난 과정을 표현한 조각 작품이 이어진다.
이 14처는 외부 회랑에 조성된 또 다른 조각과 비교해 보면 각각의 해석과 표현 방식이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회랑 끝에는 예수상과 성모자상이 나란히 자리해 성당의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다.
중앙 제대 위 십자가상 뒤편에도 스테인드글라스가 놓여 있어 자연광이 들어오면 공간 전체가 부드럽게 물든다.
성당 양쪽에는 고해 성사를 보는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천천히 둘러보면 각각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세심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직자 묘역과 전망대가 잇는 또 다른 동선

성당 후면에는 성직자 묘역이 조성되어 있어 조용히 산책하며 공간의 깊이를 느끼기 좋다.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함께 설치된 전망대로 오르면 가을빛으로 채워진 성당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반대 방향으로는 춘천대교와 주변 산세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이곳이 ‘전망 명소’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성당 한편에는 오래전 의료 활동을 이어온 공간이 남겨져 있다. 한국전쟁 이후 지역민을 돌본 의료 시설이 이곳에서 문을 열었으며,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했던 시간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는 운영이 종료되었지만 성당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면 이 공간이 지닌 의미를 자연스레 돌아보게 된다.
걸어서 닿는 사색의 길, 당일치기 코스의 중심

이 성당은 춘천 ‘사색의 길’ 코스 중 역사인물길의 주요 지점으로도 알려져 있다. 중앙시장을 시작으로 망대, 권진규 골목, 약사천 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동선의 중간에 자리해 있어 도보 여행과 잘 어울린다.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가을 단풍이 성당의 외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계절 산책지로도 손색이 없다.
단풍이 내려앉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 성당이 왜 오랜 세월 동안 춘천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해 왔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가을빛과 함께하는 당일 여행 코스 속 한적한 쉼을 찾는다면, 이곳이 담아낸 풍경과 시간은 그 자체로 충분한 답이 되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