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전 돌다리가 말을 걸다… 지금 충북 진천으로 가야 하는 이유

진천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진천농다리)

그래도 봄은 온다. 이른 아침 충청북도 진천의 들판 위로 낮게 깔린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초평호 수면이 은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한다.

겨우내 잔뜩 움츠러들었던 몸이 22도를 향해 오르는 4월 햇살에 조금씩 풀리는 기분, 그 감각을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지금 진천으로 가야 한다.

최저 4도의 새벽 공기는 아직 제법 서늘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봄의 냄새를 더 또렷하게 살려낸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 한 줄기가 알싸하면서도 어딘가 다정한 것은, 이 계절이 가진 특유의 이중성 때문이다. 그 길 끝, 천 년 전 누군가의 손으로 놓인 돌다리 앞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농다리

내비게이션에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산동리 128’을 입력하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초평호의 드넓은 수면이 차창 너머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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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진천농다리)

농다리는 그 물길 위에 조용히 놓여 있다. 고려 시대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것으로 전해지는 이 다리는, 수백 년의 풍파를 견뎌낸 돌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다.

4월 4일 토요일, 개막을 알리는 고유제가 먼저 이 다리의 정기를 깨운다. 그리고 해질 무렵, 진천군립교향악단의 협연을 배경으로 디크로스, 뮤지컬 배우 최정원, 가수 이지훈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초평호의 물빛이 무대 조명에 물드는 그 순간, 봄밤은 돌연 축제의 시간이 된다.

생거진천 농다리축제는 4월 4일부터 26일까지 꼬박 23일간 이어진다. 주최는 재단법인 생거진천문화재단과 농다리추진위원회다. 입장료는 없다.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되니 미리 알아두는 편이 낫다. 그러나 축제의 진짜 값어치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첫 번째 주말인 4일과 5일은 ‘봄을 건너오다’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된다. 개막 무대를 수놓은 붐비트의 신명 이후, 5일 일요일에는 어린이 합창단과 청소년 댄스팀, 비보이의 역동적인 몸짓이 농다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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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진천농다리)

그날 저녁, 농다리가요제 무대에는 정수라가 오른다. 그 목소리가 초평호 수면 위로 번져나가는 장면은, 한 번 들으면 오래 남는다.

4월 11일과 12일, 두 번째 주말의 테마는 ‘전통의 발걸음’이다. 택견 공연과 전통무예 시연이 돌다리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맞닿는다.

12일 일요일에는 특히 상여다리건너기 행사가 펼쳐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넘는 이 체험은 진지한 감동을 선물한다. 진천예총 프로그램과 곳곳에서 열리는 버스킹이 그 사이사이를 채운다.

세 번째 주말 4월 18일과 19일은 ‘봄의 피크닉’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이 주말을 노리는 것이 좋다.

반려견 프로그램이 운영돼 네 발 달린 가족도 함께할 수 있고, 초평호 수면 위를 가르는 플라이보드 공연이 탄성을 자아낸다. 18일에는 엉클키드, 19일에는 해피준이 차례로 무대를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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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진천농다리)

마지막 주말인 4월 25일과 26일은 ‘예술과 함께’로 마무리된다. 재즈 공연과 진천군립교향악단의 선율이 봄의 끝자락을 품위 있게 장식한다.

그리고 26일 폐막식은 충주시립 우륵국악단이 맡는다. 가야금의 선율이 봄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농다리는 다시 조용히 다음 계절을 기다리기 시작할 것이다.

천 년 전 이 돌다리를 처음 밟은 사람도, 아마 비슷한 봄 공기를 마셨을 것이다. 시간은 흘렀고 강물도 바뀌었지만, 돌 하나하나가 품은 무게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공연을 보고 먹거리를 즐기고 아이의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무게가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묵직하지만 따뜻한 감각이다. 생거진천 농다리축제는 그렇게, 역사와 현재를 한 발걸음 안에 담아낸다. 4월의 진천은, 한번 가면 두 번 가고 싶은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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