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아름다운 가을정원 어디?” 태안 청산수목원, 팜파스가 만든 황금빛 순간

은빛 물결 속 가을의 춤사위
태안 청산수목원 팜파스의 계절
바람결 따라 걷는 황금빛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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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저작권자명 2023 한국관광 사진기자단(FRAME KOREA 1기) 천준교)

가을이 깊어질수록 바람의 결이 달라진다. 여름의 뜨거운 숨결이 자취를 감추면, 어느새 들녘과 숲속에는 은빛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햇살은 한결 부드럽고, 바람은 머뭇거리듯 따스하다. 그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면, 고요함 속에서도 바스락거리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충남 태안의 청산수목원은 바로 그 계절의 한가운데서 ‘가을의 춤’을 보여주는 곳이다.

은빛 파도, 팜파스가 피어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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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저작권자명 2023 한국관광 사진기자단(FRAME KOREA 1기) 천준교)

청산수목원에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색이다. 여름의 짙은 초록이 서서히 퇴장하고, 팜파스그래스가 일으키는 은빛 파도가 정원을 덮는다.

높이 2~3미터에 이르는 팜파스는 바람을 따라 몸을 기울이며 끝없는 춤사위를 펼친다. 햇살에 반사된 은백색의 물결은 어느 순간 황금빛으로 번지며 장관을 이룬다.

아침 햇살이 비칠 때는 이슬 머금은 잎사귀가 반짝이며 신비로운 빛을 내고, 해질 무렵이면 노을빛이 스며들어 온 정원이 금빛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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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저작권자명 2023 한국관광 사진기자단(FRAME KOREA 1기) 천준교)

흔히 ‘서양 억새’라 불리는 이 식물은 남미의 대초원, 팜파스 평원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태안의 하늘 아래에서 우리식의 가을 정취로 피어난다.

팜파스원은 8월 하순부터 11월까지 절정을 이룬다. 늦여름의 푸르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피어나기 시작해 초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은빛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부드러운 파도소리를 낸다. 방문객들은 이 길을 걸으며 자연이 들려주는 ‘가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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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저작권자명 2023 한국관광 사진기자단(FRAME KOREA 1기) 천준교)

청산수목원은 단순한 식물원의 개념을 넘어 예술이 머무는 정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밀레정원’, ‘모네정원’, ‘고흐정원’ 등 화가들의 이름을 딴 테마정원이 자리해 있으며, 각각의 구역은 그들의 작품 속 풍경을 재해석한 형태로 꾸며져 있다.

황금빛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면, 한 폭의 그림 같은 수련지와 연못이 펼쳐지고, 물가를 따라 걷는 발걸음마다 계절의 색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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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저작권자명 2023 한국관광 사진기자단(FRAME KOREA 1기) 천준교)

1990년대 초부터 조성된 청산수목원은 현재 600여 종의 나무와 200여 종의 수생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봄에는 홍가시나무와 창포가, 여름에는 연꽃이, 그리고 가을에는 팜파스와 핑크뮬리가 주인공이 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이 변화 덕분에 사계절 모두 다른 표정을 보여주며, 방문 시기마다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걷는 가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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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청산수목원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완만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마련돼 있다.

일부 구역에는 알파카 농장도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평일에는 조용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일몰 1시간 전에는 입장이 마감되므로 시간을 여유롭게 계획하는 것이 좋다.

가을철 입장료는 일반 13,000원이며, 경로우대 및 지역주민 등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연이 들려주는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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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청산수목원의 가을은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넘어, 자연이 들려주는 계절의 마지막 인사와도 같다.

바람은 차갑지 않게 스치고, 은빛 물결은 부드럽게 흔들리며 사라짐의 미학을 보여준다. 걷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여유와 평온이 마음 깊이 스며든다.

올가을, 팜파스가 만들어내는 빛의 파도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어 보자. 눈앞의 풍경이 아닌, 마음속에 남는 계절의 기억이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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