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한 첩보다 낫다”… 5060 입맛 사로잡을 쌉싸름한 ‘봄의 기적’

조선 왕실이 탐낸 맛
장터에서 만나는 산과 들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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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 홈페이지

얼었던 땅이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3월 초,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지만 어딘가에서는 분명 초록의 숨결이 꿈틀거리고 있다.

겨울과 봄 사이,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우리는 다가올 생명을 예감한다. 알싸한 공기 속에 섞인 흙내음이 유난히 진하게 느껴지는 요즘, 한 달여 뒤면 산자락 곳곳에서 연두빛 기적이 시작될 것이다.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 일대가 온통 푸른 향연으로 물든다.

제16회를 맞는 용문산 산나물축제가 다시 문을 여는 것이다. 2008년 첫 발을 뗀 이후 매년 봄이면 이곳은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맛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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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 홈페이지

용문산 산나물의 역사는 예사롭지 않다. 15세기 세종 시대의 기록을 뒤적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당시 양평 지역에서는 대추와 석이버섯, 산느타리와 영지버섯을 중앙 조정에 바쳤다고 한다. 겨자와 당귀 역시 이곳의 자랑이었다.

실학자 유득공은 시 한 편에 용문산 산나물을 등장시켰다. 선비들에게 대접한 두 가지 나물의 맛과 향을 극찬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유형원이 편찬한 지리서에는 더욱 직접적인 표현이 남아있다. 조선 임금의 진상품 중에서도 용문산 산나물이 최고라는 평가였다.

시대가 바뀌고 왕조가 사라졌어도 이 땅의 산나물은 여전히 사람들을 부른다. 용문산로 656번지, 용문산 매표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축제장은 입장료가 없다. 봄의 선물을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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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

축제의 백미는 개막 행렬이다. 조선시대 진상 행렬을 재현한 퍼포먼스가 시작을 알린다. 이어 대형 비빔밥을 함께 만들어 나누는 시간이 펼쳐진다. 산나물로 만든 초록빛 밥 한 그릇에는 공동체의 온기가 담긴다.

단순히 보고 먹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들은 직접 산나물을 수확하는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임금님 진상품을 내 손으로 따는 특별한 경험이다. 딴 나물로는 김밥을 말거나 쿠키를 굽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산나물 녹색 요리사 경연, 산나물 골든벨 퀴즈쇼, 천하제일 산나물 쇼 등 무대 위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전통주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산나물 페어링 시간에는 어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달빛 아래 산책로를 거닐며 봄밤의 정취를 만끽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축제장 한편에서는 장터가 열린다. 산나물은 물론 양평 지역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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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

플리마켓 형식의 시전에서는 작은 공예품과 수제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보부상 코너에서는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발견하는 행운이 기다린다.

양평 서원에서는 산나물 학부 강좌가 진행된다. 산나물의 종류와 효능, 조리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와 반려견 동반 가능한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축제 문의는 양평군 관광과나 축제추진위원회를 통해 가능하다. 전화번호 031-770-1079로 연결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용문산 관광지를 입력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3월의 끝자락, 4월의 문턱에서 우리는 다시 봄을 기다린다. 땅속 깊이 잠들었던 생명들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 용문산 자락은 온통 초록빛 축복으로 가득할 것이다.

500년 전 임금님이 맛본 그 향기를, 이제 우리가 직접 확인할 차례다.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양평 용문산이 당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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