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철조망 너머
반세기를 숨죽인 꽃길
올해도 어김없이, 그 길이 열린다

3월의 공기는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한 계절처럼 서성인다. 새벽 녘엔 손끝이 시려 오고, 정오가 되면 목덜미 위로 햇살이 내려앉는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땅은 조금씩 물을 머금고, 가지 끝에서는 무언가가 터지려는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봄이 온다는 것은 이렇게, 소란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먼저 온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웅동벚꽃단지가 올해도 그 봄을 받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잠겨 있던 문이 다시 열린다
웅동수원지 일대는 국방부 소유의 땅이다. 1968년, 북한 무장 공비가 청와대 습격을 시도했던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이 일대는 50년 넘는 세월 동안 민간인의 발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철조망 안에서 벚꽃은 해마다 피고 졌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채.
그 긴 침묵이 끝난 것은 2021년이었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지역 주민들이 협약을 맺고 개방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2025년 봄, 웅동벚꽃단지는 마침내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57년 만의 귀환이었다.
한 달 남짓한 개방 기간 동안 이곳을 찾은 상춘객은 4만 2천 명을 넘어섰다. 숫자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발길들이 품고 있었을 각자의 설렘이었다.
창원시 진해구는 올해도 웅동벚꽃단지를 개방한다. 진해군항제 개막일인 3월 27일이 시작점이다.
군항제는 4월 5일까지 이어지지만, 웅동벚꽃단지의 개방은 4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축제가 끝나고도 꽃길을 걸을 수 있는 시간이 2주 남짓 더 남아 있는 셈이다.
구는 개방에 앞서 군과 협의를 마치고 시비 2천만 원을 투입해 피크닉 테이블과 안내판 등 편의시설을 새로 갖출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 달리, 올해는 조금 더 다듬어진 동선과 공간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게 된다. 이종근 진해구청장은 “전 분야에 걸쳐 꼼꼼히 준비해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만족도는 한층 높이겠다”고 밝혔다.
4월 19일 공식 개방이 마무리된 직후에는 이색적인 후속 일정도 추진 중이다. 7일가량의 한시적 운영으로 ‘주민 초청의 날’을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웅동1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웅동벚꽃단지 인근 제방 둑 공간을 별도 개방하는 이 계획은 현재 군과 막바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울타리 밖에서 살아온 이 땅의 주민들에게 건네는, 뒤늦지만 진심이 담긴 초대장인 셈이다.
매년 봄이면 진해는 벚꽃 인파로 넘친다. 여좌천, 경화역, 안민고개까지 이름난 명소들이 차례로 상춘객을 맞지만, 웅동벚꽃단지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오랜 세월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채 유지된 공간이 주는 고요함, 그리고 ‘여기를 이제야 들어왔구나’ 하는 묘한 감각이 이곳에는 있다. 3월 27일, 군항제의 개막 북소리와 함께 그 문이 다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