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벚꽃 구경 지친 여행객… 진짜 고수들만 조용히 간다는 ‘진달래 성지’

진달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취산 진달래)

겨울은 끝났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고, 봄이 왔다고 단언하기엔 이 계절의 공기가 너무도 복잡하다.

바람은 분명 차갑지만 그 속에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다. 코끝을 건드리는 흙냄새, 땅속 깊이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기지개를 켜는 그 낌새가 느껴진다.

봄이란 이렇게 온다. 요란한 선언 없이, 그냥 어느 날 산 하나가 통째로 붉어지는 방식으로.

한국 3대 진달래 군락지, 영취산

전라남도 여수시에 자리한 영취산(靈鷲山)은 매년 이맘때면 단 하나의 이유로 전국에서 사람을 불러들인다.

산 전체를 뒤덮는 진달래 군락이다. 진달래로 이름난 명산이야 전국에 여럿 있지만, 영취산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3대 군락지 중 하나다.

진달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취산 진달래)

봄이 당도하는 3월 말에서 4월 초, 이 산은 한 가지 색으로 완전히 물든다. 초록도, 갈색도 아닌, 오직 진분홍의 세계로.

올해 여수 영취산 진달래축제는 3월 28일 토요일과 29일 일요일, 이틀간 여수시 중흥동 흥국사숲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내비게이션에 ‘흥국사숲공원’을 찍고 도착하면 축제의 시작점이 눈앞에 펼쳐진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봄날의 영취산이 건네는 환대는 무료다.

축제의 문을 여는 행사는 산신제다. 산의 신령에게 올리는 이 제례는 단순한 행사 순서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수십 년 동안 이 축제를 지탱해온 정신적 근간이자, 영취산과 사람이 맺어온 관계의 상징이다. 산신제가 끝나면 개막공연이 이어지고, 인기 가수들의 무대와 홍보모델 퍼레이드가 축제의 활기를 높인다.

산 위에서 음악이 흐르는 오후

흥국사를 옆에 두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세계와 마주친다.

진달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영취산 진달래)

능선 곳곳을 가득 메운 진달래 꽃밭이 시야를 압도한다. 그 한가운데서 울려 퍼지는 산상음악회는 이 축제의 가장 낭만적인 장면 중 하나다.

하늘을 배경으로 진달래꽃 속에서 듣는 음악은, 어떤 공연장에서도 재현할 수 없는 경험이다.

산을 내려오면 플리마켓과 각종 체험행사가 기다린다. 여수 특산품 판매장도 마련되어 있어 빈손으로 돌아가기가 오히려 어렵다. 여수의 바다와 이 산의 봄꽃을 한 번에 누리는 여정,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행사는 여수시와 여수영취산진달래축제추진위원회가 함께 주관한다. 문의는 061-691-3104로 하면 된다. 입장료 없이 즐길 수 있는 이 축제의 위치는 전라남도 여수시 중흥동 1638-39, 흥국사숲공원이다.

3월의 마지막 주말,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그 풍경 앞에 서고 싶다면 지금 일정을 잡아야 한다. 진달래의 절정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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