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을 타고 벚꽃 호수 위를 떠다닌다… 강릉이 준비한 봄의 반전

꽃잎이 수면 위로 내려앉는 계절
물 위에서 바라본 경포의 봄
강릉
출처: 강릉시 (오죽헌 전통 뱃놀이 체험 프로그램)

3월의 강릉은 아직 망설임 속에 있다. 동해에서 밀려오는 바람은 칼끝처럼 날카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살갗을 어루만지듯 부드럽지도 않다.

경포 호숫가에 선 벚나무 가지들은 꽃을 피워야 할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팽팽하게 긴장한 채 서 있고, 저류지의 수면은 납빛 하늘을 통째로 삼킨 채 조용히 출렁인다.

겨우내 굳어 있던 땅 아래에서 수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미묘한 진동이, 어딘지 모르게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듯한 이 계절. 강릉시가 이 절묘한 시점에 경포의 풍경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열었다.

호수 위의 커피잔, 강릉다움을 물 위에 띄우다

강릉시가 경포생태저류지 일원에 조성한 ‘오죽헌 전통 뱃놀이 체험 프로그램’이 오는 4월 1일 첫 물길을 가른다.

총 20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의 핵심은 무엇보다 보트의 생김새다. 커피콩과 커피잔 형태로 설계된 이 이색 수상 탈것들은, 강릉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강릉
출처: 강릉시 (오죽헌 전통 뱃놀이 체험 프로그램)

카페 거리로 대표되는 강릉의 커피 문화가 이제 육지를 벗어나 수면 위에서 새로운 형태로 구현되는 셈이다.

운영되는 선박은 모두 27척이다. 둘이서 나란히 앉아 노를 젓는 2인승이 15대, 가족이나 일행 넷이 함께 탈 수 있는 4인승이 10대 준비돼 있다.

여기에 전통배 2대가 더해지며, 나룻배가 오가던 경포호의 옛 기억을 오늘의 체험으로 되살린다.

벚꽃이 만개한 수면 위에서 노를 저으며 고즈넉한 전통배에 몸을 싣는 경험은, 사진 한 장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시범 운영 기간인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는 별도 이용료 없이 누구나 탑승할 수 있다.

낮 12시에 첫 운항을 시작해 오후 8시까지 운영되니, 벚꽃이 절정에 달하는 이른 오후의 햇살 속에서 물 위를 떠다니는 경험도, 해가 기울고 수면이 붉게 물드는 늦은 오후의 서정도 모두 담아낼 수 있다.

다만 매주 수요일은 운영이 쉬어가니 일정을 잡을 때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시범 운영이 끝나는 7월부터는 이용료 조례를 갖추고 정식 운영 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강릉시가 이번 뱃놀이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는 단순한 체험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오죽헌과 경포 일대를 잇는 주간·야간 콘텐츠를 연속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강릉에서 머무는 시간 자체를 늘리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벚꽃 개화 시기에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수변문화축제도 함께 열려, 경포 일대가 단순한 산책 코스를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에도 적극 나서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객을 함께 끌어들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커피잔 보트 위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스스로 홍보물이 되는 구조, 강릉이 이미 터득한 방식을 이번에도 충분히 활용하는 모양새다.

수상 체험인 만큼 안전 관리는 빈틈 없이 갖춰진다. 구명조끼 착용은 탑승 시 의무 사항이며, 전담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된다.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이라면 특히 탑승 전 안전요원의 안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커피 향기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를 것만 같은 경포의 봄, 그 한복판에 이제 커피잔 하나가 유유히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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