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엔화 강세·안전 우려 겹쳐
중국·동남아가 일본 대신
여름 여행지로 부상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8월을 앞두고 해외여행 시장이 이례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여행사의 예약 데이터에 따르면, 8월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년 대비 최대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믿고 가는 여행지’로 자리했던 일본마저도 그 인기가 급락했다.
교원투어 여행이지의 자료를 보면, 8월 해외여행 예약량이 전년 대비 19.5% 줄었고, 노랑풍선 역시 전체 예약량이 약 2% 감소했다.

일본은 지난해 8월 전체 예약 중 2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3%로 대폭 하락했다. 교원투어에서도 일본 예약 비중이 11.0%에서 7.3%로 떨어져 유럽보다 낮은 순위로 밀려나며, 일본 여행 수요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여행 수요가 줄어든 주된 이유로 고물가와 엔화 강세, 그리고 최근 불거진 ‘대지진설’과 같은 안전 우려를 꼽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다른 단거리 여행지가 일본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노랑풍선의 경우 중국 여행 비중이 지난해보다 2%포인트 상승한 21%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여행이지도 중국이 16%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무비자 정책과 함께, 내몽골·백두산·장자제(장가계) 등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복합 관광지가 여행 수요를 견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트남과 필리핀 역시 항공편과 패키지 수요가 증가하며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장거리 여행지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놀 유니버스와 인터파크의 항공권 발권 데이터를 보면 일본과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의 수요는 줄었지만, 유럽과 미주 노선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소폭 증가하며 전체적인 감소 폭을 완화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 긴 추석 연휴로 인한 장기 휴가 수요 분산도 여름 성수기 예약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긴 휴가를 가을에 계획한 여행객들이 많아지면서 여름철 단기 여행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국내 여행 수요 증가도 해외여행 감소와 맞물려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전국 직장인 800명 중 81.6%가 올여름 휴가를 계획했으며, 이 중 83.5%가 해외보다 국내 여행을 선택했다.

강원권(34.9%)과 경상권(27.9%), 제주(22.4%) 등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여행지가 선호 1순위로 꼽혔다.
평균 휴가비는 지난해보다 9.4% 늘어난 53만5천 원으로 조사됐으나, 지출 항목은 숙소비와 식비, 교통비 위주로 제한되는 모습이다.
응답자의 49.3%가 ‘휴식과 자연 풍경 감상’을 가장 중요한 휴가 활동으로 꼽은 점도 국내 여행 선호도 상승과 연관이 있다.
또한, 정부의 숙박권 할인, 지역사랑상품권 혜택 확대 등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해외보다 국내를 선택하는 흐름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8월 여름 성수기 예약 감소는 단순히 경제 상황 때문이 아니라 여행객들의 체류형·저활동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