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 하나로 달라진 대전
빵·축제·스포츠가 만든 도시의 대반전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관광도시로 급부상한 곳이 있다. 바로 대전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뚜렷한 관광자원이 없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던 대전은 지금,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소 베이커리 브랜드 ‘성심당’이 있다. 1956년 한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2023년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성심당은 이제 대전 관광의 대명사이자 도시 마케팅의 주인공이 되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컨슈머인사이트의 ‘국내 디저트류 추천 여행지’ 리포트에 따르면 대전은 전국에서 디저트 여행지 1위를 차지했다.

서울(28.6%)보다 무려 18%포인트 높은 46.9%의 추천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성심당 본점이 있는 중구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도 단연 1위(58.9%)를 차지하며 브랜드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중구뿐만 아니라 지점이 있는 서구, 유성구, 동구, 그리고 지점이 없는 대덕구까지 전국 상위권에 오르며 ‘성심당 효과’는 대전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단지 디저트 인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025년 국내 여행지 점유율 증감 분석 결과에서도 대전은 전국 최고 상승률(1.0%p)을 기록하며 서울·부산·대구는 물론, 전통 강자인 제주(-2.0%p), 강원(-1.4%p) 등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 동안 대전의 숙박 예약은 전년 대비 190%나 증가했고,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대전 방문객 수는 무려 8,463만 명에 달했다.

대전의 약진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빵지순례’ 코스는 물론, 지역 프로스포츠팀 한화이글스와 하나시티즌의 인기도 상승하면서 팬들의 ‘성지순례’ 관광도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사통팔달한 교통망은 대전을 짧고 간편한 ‘저예산 여행지’로 만들며 MZ세대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잡게 했다.
도시는 이에 발맞춰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200만 명을 모은 ‘대전 0시 축제’를 비롯해 ‘대전빵축제’, ‘사이언스페스티벌’, ‘국제와인엑스포’ 등 도시 전역에서 열린 다양한 축제들이 대전을 ‘즐길 거리 많은 도시’로 바꾸고 있다.
또한 1993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였던 ‘꿈돌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꿈씨 패밀리’ 캐릭터는 쇼핑, 야간관광, 시티투어 등 다채로운 테마상품을 이끄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금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시기”라며, 대전 관광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 성장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대전시는 보문산 일대를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인센티브 관광과 로컬 특화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선보인 지역 한정판 ‘꿈돌이 라면’ 등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까지 고려한 전략적 시도로, 대전의 변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잘 키운 지역 브랜드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한때 관광 불모지로 불리던 도시를 전국 인기 여행지로 변모시킨 사례.
지금의 대전은 지역경제와 문화,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현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