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유럽 관광지, 과잉 관광에 뿔났다

“우리를 동물처럼 취급하는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 중이던 한 한국인 관광객은 시위대의 물총을 맞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5일(현지시간),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유명 관광 도시들에서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과잉 관광)’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제히 벌어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약 600여 명의 시위대가 고급 브랜드 매장과 호텔이 밀집한 중심가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관광객과 상점 유리창을 향해 물총을 쏘고, 일부 호텔 앞에서는 연막탄을 터뜨리거나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국인 관광객 역시 시위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어 불쾌감을 드러냈다.
시위는 단지 바르셀로나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이비자, 말라가, 마요르카, 그라나다 등 스페인의 다른 관광지에서도 동시에 유사한 시위가 일어났고, 마요르카에서는 관광버스를 멈춰 세우고 조명탄을 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밀라노, 베네치아, 제노바, 팔레르모 등도 관광객 수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시위 현장이 되었다.
제노바 시위대는 관광객의 여행 가방 바퀴 소리에 항의하는 의미로 일부러 소음을 내며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감의 근저에는 현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과잉 관광 문제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인구 약 160만 명의 도시에 지난해에만 26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임대료는 지난 10년간 68%나 급등했고,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집주인들이 장기 임대를 포기하면서 주민들의 거주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시위대는 “당신들의 휴가는 우리의 고통”이라는 문구를 들고 행진했으며, “관광은 더 이상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 참여한 한 활동가는 “현재의 관광 산업은 경제적 풍요보다 주택 위기, 환경오염, 교통체증과 같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연 1400만 명이 다녀가지만 주민의 36%가 빈곤 위기에 놓여 있다”는 플래카드가 등장해 논란을 키웠다.
이에 따라 각 도시들은 관광 통제를 위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바르셀로나는 오는 2028년부터 관광객 대상 아파트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며, 베네치아는 도시 입장료 제도를 도입해 하루 유입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와 벨기에 브뤼헤도 방문객 수 제한 등 유사한 규제를 추진 중이다.
스페인은 관광 수입만 연간 186조 원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관광 의존도가 높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관광지 방문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현지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예의를 갖춘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